제449회 새얼아침대화, 강원국 前 청와대 연설비서관 강연

지식 축적 넘어선 이타적 행위
창의적이기도… 새것 만들어내


13일 열린 제449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2024.11.13 /새얼문화재단 제공
13일 열린 제449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 2024.11.13 /새얼문화재단 제공
"지금은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의 시대입니다. 말하고 쓰면서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들이 필요한 때입니다."

새얼문화재단(이사장·지용택) 주최로 13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열린 제449회 새얼아침대화 강연자로 나선 강원국 전 청와대 연설비서관(우석대학교 객원교수)은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 능력이 서로 연결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원국 객원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행정관과 연설비서관을 지냈으며, 대우그룹과 효성그룹 총수의 연설문을 작성하는 등 25년 동안 '스피치 라이터'로 근무했다. 강 교수는 "25년 동안 대통령과 그룹 오너의 연설문을 쓰기 위해 읽기와 듣기만 해왔다"며 "연설문을 쓰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읽기와 듣기를 잘하기 위한 4가지 역량으로 이해력과 요약하는 능력, 유추력, 공감 능력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의 의견은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며 "그 사람의 입장과 처지에서 공감하고 의도를 헤아리면서 연설문을 작성해왔는데, 내 생각과 의사는 반영하지 않은 일종의 반사체 같은 역할을 해온 셈"이라고 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읽기와 듣기만 잘하는 시대를 지나 말하기와 쓰기를 통해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누면서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발광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했다. 읽기와 듣기는 자신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지만, 말하기와 쓰기는 타인과 공유하는 이타적인 행위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과거에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잘 읽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좋은 성적을 받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며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시대"라고 했다.

강 교수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발광체'에 속하는 인물들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두 전직 대통령이 연설문을 준비하는 방식은 정반대였다고 한다. 김 전 대통령은 연설문 내용을 글로 작성한 뒤 끊임없는 퇴고를 거쳐 연설에 나선 반면, 노 전 대통령은 구술을 하면서 연설의 내용을 머릿속에 정리한 다음 최종 결과물을 글로 풀어냈다고 강 교수는 회고했다.

강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글을 읽으면 저절로 음성지원이 될 정도로 잘 읽혔고, 김 전 대통령은 연설문 한 단어조차도 실수가 없을 만큼 완벽했다"며 "글쓰기와 말하기가 끊임없이 순환한 결과"라고 했다.

지용택 새얼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날 강연에 앞서 미국 대선 결과를 언급하며 한국 정치권의 조화를 강조했다.

지 이사장은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거칠게 뛰고 있다"며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표현하는 등 한국인에게 큰 모멸감을 주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여당과 야당이 자기 본분을 지키되 국민을 위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