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한시적 비자 면제에 들썩이는 관련 업계


코로나 이후 단거리 급증… 日·동남아 대부분
중국행 승객 늘면 2019년의 80% 수준 여객 회복
中 발표후 여행사 예약률 최대 60%까지 증가

한중카페리 칭다오 빼곤 개인 여행객만 혜택
임직원·동호회 등 단체 많아 효과 거의 없어
"한국 정부도 中 관광객 무비자 허용" 목소리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미드저니 이미지 재가공
중국 정부가 지난 8일부터 내년 말까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9개국 일반 여권 소지자에 대해 비자 면제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항공·여행 등 관련 업계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한 것은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처음이다.

관련 업계는 코로나19 엔데믹에도 회복 속도가 더뎠던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여객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 방한객에 대한 비자 면제 조치도 함께 이뤄져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여권 소지자의 중국 무비자 방문이 가능해진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중국행 항공편 카운터가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한국 여권 소지자의 중국 무비자 방문이 가능해진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중국행 항공편 카운터가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 기대감 커지고 있는 항공·여행 업계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항공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시작했지만, 중국 여객은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올해 1~10월 인천국제공항과 중국을 오간 승객은 843만2천277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1천134만6천582명)과 비교하면 74.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항공편도 2019년 1~10월 6만8천788편에서 올해는 6만522편으로 10% 이상 줄었다. 탑승률이 6.3%p나 떨어지다 보니, 항공사들이 항공편을 많이 배치하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국 정부의 비자 면제 확대가 승객 반등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급감했던 국내 관광객들의 중국 방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이후 단거리 여행 수요가 급증했지만,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을 가는 승객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국을 가려면 발급받아야 하는 비자의 가격이 비싼 데다, 발급 절차도 까다로워 여행의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가는 승객을 중심으로 여객이 많아지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80% 수준까지 승객이 회복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탑승률이 높아지면 항공사들도 중국행 항공편을 증편하거나 신규 취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공급이 늘면서 승객이 선택할 수 있는 항공편이 많아지면 항공권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여객이 더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천공항공사도 SNS 등에 무비자 정책 관련 광고를 진행하고, 여객 참여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여행 업계도 중국을 선택하는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비자 면제 발표 이후 국내 여행사의 중국 여행 예약률은 전주보다 최대 60%까지 늘었다고 여행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비자 면제 조치에 따라 내년 1분기 안에는 코로나19 이전으로 여행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여행사들은 중·장년층을 위한 패키지 상품이나 젊은 세대를 위한 자유여행 상품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항공사들의 영업 이익이 더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NH투자증권 정연승 연구원은 "그간 중국 노선에서 수요 회복이 더뎌 항공사들의 운임 할인이 지속됐다"며 "중국 관광은 상대적으로 체감 비용이 저렴해 한국발 여행 수요 반등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무비자 입국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시내 중국 관련 여행사에 비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1.7 /연합뉴스
중국 무비자 입국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시내 중국 관련 여행사에 비자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11.7 /연합뉴스
■ 해상 관광 회복도 기대되지만… 추가적인 대책 필요하다는 한중카페리 업계

한중카페리는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월 운항을 중단했다가 3년 7개월 만인 지난해 8월부터 여객 운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인천항 한중 카페리 6개 노선 이용객은 31만6천775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63만2천218명)의 50% 수준에 머물렀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대폭 감소해 승객이 크게 줄어든 데다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세관이 중국인 보따리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뒤에는 상인들도 감소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비자 면제로 한중카페리에 한국 승객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으로 가는 관광객을 한중카페리로 유치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장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한중카페리가 도착하는 중국 내 지역 중 산둥성(칭다오)을 제외한 다른 곳은 개인 여행객에게만 무비자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최근 선사에 통보했다는 게 한중카페리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중카페리를 이용해 중국으로 가는 우리나라 승객은 회사 임직원이나 동호회 회원 등 단체 방문객이 많은데, 현재 중국 지방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실질적인 비자 면제 효과가 거의 없는 셈이다. 승객 증가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중카페리 승객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중국에서 한국을 찾는 단체 승객도 많아야 한다. 이 때문에 한중카페리 업계에선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 측 조치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중카페리협회 관계자는 "중국 지방 정부마다 유권 해석을 다르게 하고 있어 외교부가 세밀한 부분에 대한 논의를 더 이어나가야 할 것 같다"며 "중국인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비자 정책이 바뀌는 등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중카페리 승객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