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은 특히 단행본 최초로 정조와 동시대를 통치한 청나라 건륭제와 비교해 수원화성의 새로운 의미를 살펴보는 독특한 접근이 흥미를 더한다. 수원화성을 매개로 두 군주를 비교해보는 새로운 시도는 물론, 병자호란 이후 상당한 기간 긴장 관계를 이어가던 조선과 청나라가 정조시대 이후 어떤 관계로 변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영조와 정조의 대표적 업적 중 하나인 탕평책. 이는 세력다툼을 전제로 하는 만큼 사도세자의 아들로서 왕위에 오른 정조의 입지가 평탄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책은 이러한 처지의 정조가 원대한 꿈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어떤 명분으로 계획을 추진했는지 상세히 풀어내는데, 정조가 현실과 꿈의 틈새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가 된 '화성성역의궤'에는 수원화성에 대한 청사진이 모두 담겨 있다. 훼손된 성은 의궤 덕분에 원형에 가깝게 복원될 수 있었고 그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그래서 화성성역의궤와 더불어 수원화성을 답사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의궤 속 건물과 실제 건물을 비교하고, 역사적 배경과 군사적 쓰임에 따른 설계의 묘미를 알려주는 등 문헌과 화보 자료를 동원해 수원화성을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