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文士) 2인이 들려주는 세상만사


가난·소외된 삶 사실적 서술
신문연재·비평문·연설문 등
디킨스의 인간애 곳곳 묻어

44년간 쌓아온 관록·통찰
시대·예술 글로 쉼없이 발언
'글쟁이'의 글쓰기 조언도


■ 단지 순박한 사람들┃찰스 디킨스 지음. 정소영 엮고 옮김. 아를 펴냄. 304쪽. 1만7천원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데이비드 코퍼필드', '위대한 유산' 등 유명한 소설을 쓴 찰스 디킨스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작품 속에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그는 현실에서도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 노력했는데, '빈자의 영원한 친구', '어린이들의 후원자', '셰익스피어의 영혼의 아들' 등으로 불릴 만큼 좋은 친구이자 인정 많은 이웃이기도 했다.

'단지 순박한 사람들'은 소설가이기 전에 뛰어난 산문가이자 비평가였던 찰스 디킨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산문과 연설문 15편이 엄선돼 수록됐다. 특히 수록된 산문 다수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것으로 번역가 정소영이 디킨스의 특성이 잘 드러나면서 현재의 독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만한 글을 직접 엮고 옮겼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책에는 찰스 디킨스가 신문과 잡지에 연재한 비소설 산문, 지배층의 탁상공론과 부조리를 신랄하게 비판한 정치 비평문, 미국과 이탈리아를 다녀와서 쓴 여행기,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은 후 여러 모임에 초청받아 쓴 연설문 등 다양한 형식과 주제의 글들이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낮밤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살피며 돌아다니는 디킨스의 모습과 지배층의 이기심에 대한 비판적 시선, 가난하고 순박한 이들에 대한 연민의 정서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이러한 그의 글은 각박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인간애와 소중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유홍준 지음. 창비 펴냄. 364쪽. 2만2천원


유홍준이 30여년 만에 펴낸 산문집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가 출간됐다. 미술사학과 교수부터 박물관장과 문화재청장 등 화려한 약력을 가진 그이지만, 스스로 생각하는 중요한 정체성은 바로 '글쟁이'라는 것에 있다.

유홍준은 지난 44년 동안 미술평론가로서, 문화유산 전문가로서 여러 지면을 통해 쉼 없이 사회적 발언을 해 왔다. 책은 예술과 시대와 인간에 대해 때로는 날카로운 분석으로 때로는 한없는 애정을 담아 목소리를 내온 유홍준의 지난 시간을 빼곡하게 담아냈다.

유홍준은 고고하게 지식의 상아탑에 자리 잡은 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시끌벅적한 저잣거리에서 호기심과 애정 어린 눈으로 세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 뛰어든다.

'유홍준 잡문집'이라는 부제를 단 글에는 그의 서슴없는 호기심과 활기, 패기, 관록과 통찰이 모두 깃들어 있다. 지난 30여 년간 발표해온 잡문 가운데 엄선한 글로 묶은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은 삶과 예술의 변증법을 온몸으로 이해하는 풍요로운 성찰자인 유홍준을 만나보게 된다.

책에는 수 십 년간 밀리언셀러 작가 자리를 지킨 유홍준이 전수하는 '좋은 글쓰기를 위한 15가지 조언'도 실려있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그의 조언은 부록으로 되어 있지만 알짜배기임에는 틀림없다. 또 다른 부록 '나의 문장수업'에서는 유홍준이 어떤 독서체험을 거쳐 지금의 문사가 됐는지를 기록했다.

이렇듯 시대의 감수성을 철저히 의식한 유홍준의 글과 삶의 태도를 통해 독자들은 일상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방식 하나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