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공유장바구니 안내문.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안산시 공유장바구니 안내문.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공유장바구니 빌려드립니다’

안산의 샘골로 먹자골목에 있는 한 가게에 붙어있는 안내문이다. 이 골목은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일회용품 없는 경기도 특화지구 중 한 곳이다.

도는 지난 4월 부천, 안산, 광명, 양평을 특구로 지정했다. 이곳 업체 700여곳은 지난 8월말부터 각자 다른 방법으로 일회용품 없는 거리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산은 이달부터 공유장바구니 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정책 취지가 좋잖아요. 가게 부담도 없고”

안산시 공유장바구니.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안산시 공유장바구니.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안산 샘골로 먹자골목에서 붕어빵 가게를 운영하는 정자순씨는 최근 손님이 선호하는 일명 ‘검은 비닐봉지’를 계산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겼다.

겨울철 별미인 붕어빵은 기름이 새어나올 수 있어 손잡이가 있는 봉투에 담아 구매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탓에 자연스레 검은 비닐봉지를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환경 생각하면 그나마 비닐보다는 종이 봉투가 낫잖아요. 상품이 눅눅해진다는 이유로 비닐 대신 종이봉투를 쓰도록 권유해왔죠. 그런데도 붕어빵을 비닐에 넣고 종이봉투에 넣어달라는 분도 있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분들도 있었고요.”

안산시 다회용 공유컵 반납함. 2024.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안산시 다회용 공유컵 반납함. 2024.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안산시의 공유장바구니는 정씨의 고민을 한층 덜어주고 있다. 공유장바구니는 손님이 사용한 뒤 정해진 장소에 반납하면 다른 사람이 또다시 사용할 수 있다. 정씨는 이달 초 안산시로부터 공유장바구니 50개를 받았다.

“주로 단골손님에게 공유장바구니를 건네고 있어요. 실제로 회수가 안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대부분 얼굴을 아는 사이는 바구니를 돌려주러오시고요. 그렇지 않더라도 공유장바구니를 누군가가 계속 쓴다면 그만큼 일회용품 사용이 줄어드는거니까요.”

6년째 먹자골목에서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 중인 이용민씨도 다회용컵을 사용한 뒤 가격 부담을 덜었다.

“환경부에서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할때는 정부에 보증금을 선납해야했거든요. 500만원을 먼저 내고 다회용 컵을 회수하는 만큼 컵당 보증금을 돌려받는 방식이었죠. 영세업체에게는 큰 돈이잖아요.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정책은 오히려 일회용 컵 구매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어 좋습니다.”

“일회용품 사용 줄이려면 정책 홍보 활발히 이뤄져야”

안산시 다회용 공유컵 반납함. 2024. 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안산시 다회용 공유컵 반납함. 2024. 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사업 시행 초기라는 점에서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사용한 다회용품을 회수하는 게 관건인 만큼 도민들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정책을 홍보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안산시 공유 장바구니함.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안산시 공유 장바구니함.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실제로 공유장바구니함을 배치한 먹자골목 내 한 마트는 저조한 회수율을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마트의 점장은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긴 했지만 회수율이 10% 미만”이라며 “공유장바구니, 다회용품 사용에 대한 인식이 올라가야할 거 같다”고 짚었다.

안산시 다회용컵. 2024. 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안산시 다회용컵. 2024. 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이용민씨가 자사 일회용컵과 안산시 다회용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이용민씨가 자사 일회용컵과 안산시 다회용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4.11.15 /이시은기자see@kyeongin.com

익명을 요구한 먹자골목 내 한 가게 대표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일부 손님이 다회용 공유컵 반납함을 휴지통으로 착각해 사용 중이던 일회용품을 버리고 갔다”며 “가게에서 손님에게 일일이 정책을 홍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회용컵 크기를 다양화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빵집을 운영하는 이씨는 “시에서 제공하는 컵은 크기가 세개인데 두개만 사용 중”이라며 “브랜드별로 컵 크기가 다르다는 점을 정책에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경 위해서는 ‘선택’ 아닌 ‘필수’

일회용품 없는 특구를 조성하는 사업은 오는 2026년까지 진행된다. 올해는 사업 시행 첫해로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었다.

정인숙씨가 다회용기 배달 때 사용하는 다회용기.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정인숙씨가 다회용기 배달 때 사용하는 다회용기. 2024.11.15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다만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먹자골목에서 족발 가게를 운영하는 정인숙씨는 일회용품 없는 특구 조성 사업을 두고 “환경을 생각하면 꼭 필요한 정책”이라며 “다회용기 주문 접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정책이 이어지고 대상을 넓혀가면 좋겠다”고 치켜세웠다.

경기도와 안산시에서도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특구로 지정된 곳에 있는 모든 업체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안산시에서는 “성공적인 특구 조성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