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23일 인천아트플랫폼 칠통마당

 

시민과 함께 마을학교, 예술 공동체 꿈꿔 온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 윤종필 작가 주도

최근 지역 공동체 기록 ‘커뮤니티 판화’ 집중

인천의 생물-깃대종(커뮤니티 판화), 2024, 목판화, 122x244cm /꾸물꾸물문화학교 제공
인천의 생물-깃대종(커뮤니티 판화), 2024, 목판화, 122x244cm /꾸물꾸물문화학교 제공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프로젝트 ‘꾸물꾸물문화학교’가 15주년을 맞았다.

꾸물꾸물문화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모여 창작한 작품들을 모아 15주년 기념 전시 ‘호모 크리에이터 시대(Homo Creator Era)’를 오는 18일부터 23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칠통마당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시민 참여자들이 함께 제작한 커뮤니티 판화와 커뮤니티 드로잉을 비롯해 개인별로 진행한 인천의 풍경을 드라이포인트(오목판화)와 드로잉 작품들로 선보일 예정이다.

꾸물꾸물문화학교는 2009년 커뮤니티 아티스트인 윤종필의 중장기 프로젝트로 시작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윤 작가는 “본래 단체 이름을 대안적 예술과 연대가 가능한 참여예술을 표방하는 취지에서 ‘컬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525’(CCS525)로 지었으나, 시민들은 단체 이름만으로는 부르기도 어렵고 뭘 하는 단체인지 쉽게 알아차리기가 어려워 프로젝트명을 시민들이 좀 더 알고 접근이 용이한 꾸물꾸물문화학교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꾸물꾸물문화학교는 인천 시민들과 일상 속 예술 창작을 통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더 나아가 구성원들끼리의 공동체 활동을 하는 마을학교를 꿈꾸고 있다. 문화예술의 향유도 예술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관람하며 향유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누구나가 일상에서 창작하며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화했다. 따라서 꾸물꾸물문화학교에서는 커뮤니티 아트의 방법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이 매우 중요한 매개가 된다.

꾸물꾸물문화학교는 ‘꾸물꾸물’이라는 말에서도 느껴지 듯, 좀 꾸물거리며 늦더라도 ‘결과지향형’이 아닌 ‘과정중심형’ 문화예술교육을 지향한다는 의미다. 일상 속에서 다 함께 해 나가는 예술을 꿈을 꾸고 성장한다는 의미의 ‘꿈을꾸믈’이라는 뜻이 중의적으로 담긴 프로젝트 명칭이다.

인천 중구 스케치 공동 작업, 2024,  종이판넬 위에 연필·색연필·크레파스·수채화, 148.5× 84cm  /꾸물꾸물문화학교 제공
인천 중구 스케치 공동 작업, 2024, 종이판넬 위에 연필·색연필·크레파스·수채화, 148.5× 84cm /꾸물꾸물문화학교 제공

2009년에 프로잭트를 시작해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2010년부터 구립월디지역아동센터의 학생들을 만나기 시작했고, 2016년까지 아동, 청소년, 청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 별 프로젝트들이 진행했다. 이 시기를 꾸물꾸물문화학교 1기라고 부른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꾸물꾸물문화학교 2기인 동네예술대학 시즌이다. 개항장 일대를 동네예술대학 캠퍼스라고 상상하고, 꾸물꾸물문화학교를 비롯해 동네에 있는 목공소, 음식점, 차 문화원, 출판사 등과 연대해 생활 속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했다. 시민들은 본인이 듣고 싶은 강좌를 요일과 시간 때에 따라 각 강의 장소를 찾아가 듣는 방식으로 실험적으로 진행된 바 있다. 이때는 각 거점 업체 사장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윤종필 작가는 설명했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는 2017년부터 시작한 커뮤니티 판화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참여 시민들의 요청으로 커뮤니티 드로잉 수업도 함께 개설해 운영 중이다. 커뮤니티 판화는 예술가와 비예술가(시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만드는 작품으로, 지역 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협력한다. 이러한 작업은 커뮤니티의 문화와 역사, 가치관을 반영한다. 지역 사회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한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우리 동네 풍경을 파고 찍는 커뮤니티 판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우리 동네 풍경을 파고 찍는 커뮤니티 판화”

g) 작업을 이어 가고 있는 윤종필 작가는 지역 공동체를 단단하게 다지는 매개로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이달 31일까지 인천 중구 인현동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갤러리에서 여는 윤종필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에 걸린 가로 2.44m 세로 1.22m짜리 대형 판화 작품들은 그의 고민에서 나오게 된 결과물이다. 윤 작가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적게는 7명, 많게는 30명 이상 시민의 참여와 협력으로 창작된 작품들이다. “커뮤니티 판화는 예술가와 시민 모두가 참여해 만드는 작품입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조사와 답사를 통해 지역에 대해 학습하고, 그 지역의 어떠한 모습을 작품에 담을지 토론합니다. 드로잉하고, 판화를 구성하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약간의 도움만 줍니다. 완성된 그림을 빔 프로젝터로 벽면에 띄워 목판에 옮기고 나서 판각합니다." 이렇게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보통 10주가 걸린다. 그 시간 동안 작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지역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를 공유하고, 판화로 새긴다. 올해 작업한 '하늘 열린 땅-강화'에는 단군 신화와 마니산 참성단, 고인돌, 이양선과 돈대(병인양요·신미양요), 고려산 진달래 등 강화도를 상징하는 것들이 들어 있다. 참여자들의 소통과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선 그동안 작업한 인천 10개 군·구 풍경을 모두 보여준다. “커뮤니티 판화는 대안적 예술 활동을 고민하던 중 뜨개질 가게 풍경에서 착안했습니다. 뜨개질 가게에서 사람들이 목적이 있다기 보단 그냥 둘러 앉아 일상에 대해 도란거리며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대형 판화 작업을 하면서 공동체가 형성하는 입구까지 가도록 돕자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입니다. 판화는 생활 속 예술 활동의 접근을 쉽게 하고,
https://www.kyeongin.com/article/1670705

커뮤니티 드로잉은 커뮤니티 판화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판화를 하는데 드로잉을 배우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요구에 의해 개설됐다고 한다. 커뮤니티 드로잉은 동네를 답사하고 어반 드로잉을 공동 그림 형식으로 제작하는가 하면, 젤프레스를 이용하여 모노타입 형식으로 협동그림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 교육을 담당한 윤종필 작가와 드로잉 교육을 담당한 조우 작가, 주희 작가를 비롯해 올해 꾸물꾸물문화학교에 참여한 강민석, 강주희, 김수진, 김중배, 김지수, 김현진, 문종필, 문현숙, 송세나, 송수민, 이강경, 임혜선, 박현화, 채수희, 황승미씨와 인하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실습생들이 일부 참여한다.

윤종필 작가는 “어느새 꾸물꾸물문화학교가 15년이 되었고, 그간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20년, 25년 계속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 시민들과 함께 일상에서 예술활동을 하며 소통하길 바란다”고 소회를 남겼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