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료원중 단 2곳만 정신과 진료

취약계층 지원 등 2개 사업 ‘혼란’

8살 무렵부터 5년 동안 선감학원에서 학대받은 피해자 이진동(가명)씨는 “아직도 운전하다가도 눈물이 쏟아지곤 한다”며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 듯 눈물을 훔쳤다.

5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에겐 선감학원에서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됐다. 그는 지금껏 숨기고만 살다가 지난 5월 생전 처음으로 동네 정신과를 찾았다.

그러나 경기도의 선감학원 피해자 의료비 지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비 지원을 받기 위해선 일반병원이 아닌 경기도의료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도에서의 의료 지원에 포함이 되는 줄 알았지만, 경기도의료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된다고 하더라. 정신과는 수원이나 의정부에 가야 있는데, 저는 안성에 살아서 가기 힘드니 그냥 동네병원을 다니며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를 위한 선제적 지원에 나섰지만, 경기도의료원 진료에만 한정돼있고 지원 가능 범위가 복잡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1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경기도의료원 6개 병원 중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수원·의정부병원 두 곳 뿐이다.

이에 먼 곳에 거주하는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정신과 치료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당시의 기억이 심리적 트라우마로 남아 일생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감학원 피해자들의 심리적 트라우마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선감학원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 지원이 경기도의료원의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사업’과 ‘상급종합병원 의료실비 사업’ 두개로 나눠져 있어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기도는 지난 2020년부터 경기도의료원의 취약계층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에 선감학원 피해자들을 포함시켰다. 해당 사업으로 선감학원 피해자들은 연 500만원 한도의 진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약제비는 원내처방인 경우에만 해당돼 지속적으로 약제비가 드는 기저질환자 등은 약제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현행 약사법상 원내처방을 허용하는 예외 사항은 응급환자, 정신보건법에 의한 요양시설 수용 중인 정신질환자, 전염병 환자, 장애인복지법에 의한 1·2급 장애인 등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일반 환자의 경우 원외처방이 원칙이다.

중증질환자의 경우엔 다른 사업을 통해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이들은 경기도의료원을 포함한 2차병원에서 의뢰서를 받으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연 200만원 한도로 의료실비를 지급받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선감학원 피해자분들께 약제비 관련 민원을 접수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예산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약제비까지 지원이 가능한지는 검토해봐야 한다. 또, 트라우마가 있으신 피해자분들을 위해 선감학원 피해자지원센터에서의 심리상담 또는 경기도의료원을 안내해드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