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고 존중하니, 성장하는 초등 성인식

 

인천시교육청 ‘성인지교육’ 학내 동아리 지원 확대

가정초 성장다람쥐 주관 5행시 행사 100여명 참가

김미하 보건교사 “반복 학습으로 주위환경 바뀔것”

‘온책읽기’ 고정관념 깨고 사고의 폭 넓히는 계기로

 

성 은 정말 중요해

인 제라도 열심히 배우자

식 상해 보여도

개 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선 한 결과를 낼거야

‘성은 정말 중요해’, ‘인제라도 열심히 배우자’, ‘식상해 보여도’, ‘개개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선한 결과를 낼거야’.

이 문장들은 인천가정초등학교 한 학생이 쓴 ‘성인식개선’ 5행시다. 복도 벽 한편에는 메모지에 적은 5행시 작품들이 빼곡히 전시돼 있었다.

지난 15일 점심시간인 낮 12시30분께 인천가정초등학교에서 5행시 짓기 행사가 열렸다. 6학년 학생들로 구성된 학내 동아리인 ‘성인식 지킴이 성장다람쥐(이하 성장다람쥐)’가 주관한 이 행사에 학생 100명이 참가했다. 5행시를 지은 학생들은 모두 추첨권을 얻어 볼펜 등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성장다람쥐에서 활동하는 박정준군은 학생들이 적을 수 있도록 메모지를 나눠주고, 경품 추첨을 도왔다. 박군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우리 주변에 차별적인 표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오늘 많은 친구들이 참여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가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성평등 온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은 조원들이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가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성평등 온책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수업은 조원들이 같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이날 행사는 학교 내 성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의 일환이다. 앞서 성장다람쥐는 공존하는 두 사람을 상징하는 마크라메(실을 이용한 공예) 인형 만들기, 교내에서 발생하는 성차별 언어 조사하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성장다람쥐’라는 동아리 이름은 다람쥐의 특성이 고려됐다. 다람쥐는 건망증이 많은 동물로 유명하다. 자신이 먹을 도토리를 나중에 먹기 위해 땅에 묻어놓는데, 이를 잊고 먹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런 도토리는 토양의 양분이 돼 전체 숲을 울창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된다.

성장다람쥐를 운영하는 김미하 보건교사는 “아이들이 아직 초등학생들이라 여러 교육을 받더라도 금방 잊는다”면서 “성인지와 가치관을 반복해 교육하다 보면 아이들이 잘못 가지고 있었던 인식뿐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환경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인천가정초등학교 김미하 보건교사가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계’와 ‘존중’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인천가정초등학교 김미하 보건교사가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계’와 ‘존중’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이날 점심시간이 끝난 뒤 6학년 4반 교실에선 김미하 교사의 수업이 시작됐다. 가정초는 교과와 연계하지 않고 성교육만 5시간 이상 운영하는 성교육 집중이수학년제를 운영하고 있다. 김 교사는 ‘경계 존중과 동의’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이날 물리적, 신체적, 시각적, 정서적 경계 등을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김 교사가 “인터넷에 허락 없이 친구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올리는 것은 무슨 경계를 침범하는 거죠?”라고 물었다. 이에 교실 여기저기서 “시각적이요”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는 또 끊임없이 질문을 하는 동물이 등장하는 동화를 활용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각 역할을 맡아 동화를 읽어보게 하면서 경계를 침범하는 행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했다. 또 블록게임인 젠가를 활용해 경계와 인정 등에 해당하는 사례를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김 교사는 “올해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조금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물론 수업만으로 모든 것이 바뀌진 않겠지만, 반복해서 알려주다 보면 점차 바른 성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정초등학교가 역점을 두는 ‘성평등 온책 읽기’는 학생들에게 올바른 성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또 하나의 활동이다.

인천가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성인식개선’ 5행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인천가정초등학교 학생들이 ‘성인식개선’ 5행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유지은 교사도 올해 ‘양성평등 온책 읽기’를 진행했다. 1~2달에 한 번씩 4~5명으로 구성된 조가 같은 책을 읽고, 책을 읽은 뒤 느낀 점 등을 공유하는 수업이다.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는 데 도움을 주는 ‘수상한 아이가 전학왔다(글:제니 롭슨, 그림 정진희)’, ‘아빠가 둘이야?(글:임지형, 그림:윤태규)’ 등을 학생들이 읽었다.

유지은 교사는 “축구선수하면 나도 남자가 먼저 떠오른다. 이처럼 어른들이 가진 고정관념은 아이들에게 잘못된 성인식을 갖게 할 수 있다”며 “어른과 달리 아이들은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여서 다양성과 인권 등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온책 읽기는 각자 책을 읽는 것보다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끼리 공유하면서 사고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은 ‘공존을 지향하는 성인지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성장다람쥐와 같은 성인식 개선 동아리 운영이 그 중 하나다. 인천에는 초·중·고에 모두 8개의 성인식개선을 목표로 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성평등 온책 읽기도 인천시교육청의 주요 사업이다.

인천시교육청은 가정초와 같이 성인식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학교를 지원한다. 동아리를 운영하는 학교엔 동아리 운영비를, 온책 읽기와 관련해선 도서 구입 비용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양성평등 주간 운영, 성인식개선위원회 운영, 성인지 교육극(뮤지컬 등) 등을 돕고 있다.

인천가정초등학교 ‘성인식개선’ 동아리 학생들이 진행한 캠페인 포스터가 학교 복도에 전시돼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인천가정초등학교 ‘성인식개선’ 동아리 학생들이 진행한 캠페인 포스터가 학교 복도에 전시돼 있다. 2024.11.15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인천시교육청 학교생활교육과 관계자는 “동아리는 초기엔 교육청 주도로 여러 학교 학생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운영하다가, 학내 동아리 형태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지난해부터 학내 동아리를 선정·지원하고 있으며,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10개 학교를 선정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각 학교가 성인식 교육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