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육상생태계 보고이자 교육장소 수목원
생태계 수행역할·변화 생생히 느낄 수 있어
전문 산림교육 강사들 통해 맞춤형 교육도
지구환경 지킬 수 있는 교육 출발점 아닐까
최근 우리는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라는 이중 위기를 겪고 있다. 이와 동시에 지구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이용을 목도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는 생물종과 그들의 서식처인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고, 이렇게 발생하는 생태계의 변화는 자연의 조절기능에 문제를 일으켜 기후변화를 더욱 악화시킨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구환경을 점점 더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으로 내모는 원인이 되고 있다.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폭염과 폭우 등 전례 없는 이상기후로 지구 전체는 몸살을 앓았고, 이로 인해 우리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사실 생물다양성 감소가 지구에 끼칠 위기는 당장 눈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지구에 위협이 되는지 예측하기 어려워 체감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 위험신호가 차츰 감지되기 시작했다. 지구 생명체의 25%가 멸종위기라는 세계자연보전연맹의 발표는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이는 지구를 견고하게 지켜오던 생태계에 균열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경종이며,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으면 미래는 더욱 심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만 한다. 불행 중 다행으로 어쩌면 그 해답은 우리 가까이에 있을 수 있다.
300여 년 전부터 지구 육상생태계의 주요 생물종을 묵묵히 보존해온 곳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수목원·식물원(이하 수목원)이다.
국제식물원보전연맹에 따르면, 전 세계에 걸쳐 수목원은 3천7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많은 사람이 수목원은 다양한 나무와 식물을 볼 수 있는 전시 및 관람 공간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수목원은 일반적인 공원·정원과 달리 생물의 현지 내·외 보존과 연구를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하고 있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교육 장소인 것이다.
수목원 방문객들은 평소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생물종을 직접 관찰하면서 이들이 생태계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수목원 내 표본관의 과거 식물이나 곤충 표본을 통해 현재의 생물과 비교해 보며 생태계의 변화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체험은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하고,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 이는 1800년대 중반부터 생태, 환경 등 자연 기반 교육이 수목원에서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수목원은 이러한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숲해설가 등 전문 산림교육 강사들을 통해 다양한 연령별, 대상별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동식물을 알아가는 것부터 기후위기, 생물다양성의 중요성 교육 그리고 건강증진에 이르기까지 프로그램도 매우 다양하다. 수목원에 오면 자연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가 왜 생물다양성을 지켜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교육효과는 꽉 막힌 교실이나 책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있는 국립수목원도 1987년 녹색교육으로 시작된 교육프로그램을 매년 발전시키고 있으며, 개발된 교육프로그램은 전국 수목원과 공유돼 방문객들에게 제공된다. 수목원이 지구환경을 지키는 교육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년 2025년에는 전 세계 1천여 명의 수목원 관계자가 우리나라에서 모여 각국의 교육프로그램을 공유하게 된다. 지구 최대 생물다양성 행사라 할 수 있는 ‘세계식물원교육총회’가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변화를 위한 교육’이라는 주제로 지구 환경위기 대응을 위한 수목원의 지속가능발전 교육 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시시각각 지구환경의 위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이러한 뜻깊은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큼,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임영석 산림청 국립수목원장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