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청년미래센터’ 6주간 집단 심리상담 반응 긍정적
강사 “내 안의 상처 들여다보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필요”
혼자만의 방, 제한된 장소에 머물며 세상과 교류하지 않는 청년들. ‘고립·은둔 청년’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매년 ‘청년 삶 실태조사’를 실시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따로 진행했을 정도다. 뒤늦게 사회 복귀를 원해도 방법을 알지 못하고, 고립·은둔 기간이 길수록 극단적 선택 등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이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인천시사회서비스원 소속 ‘인천시 청년미래센터’가 6주에 걸쳐 실시한 ‘고립·은둔 청년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인천시 청년미래센터는 인천지역 19~34세 고립·은둔 청년에게 공동생활, 자조 모임 등 고립 정도에 따른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곳이다. 이번 집단 심리상담 프로그램은 사회와 다시 소통하려는 의지를 가진 은둔·고립 청년을 돕고자 기획됐으며, 신청자 12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매주 목요일 진행됐다.
집단상담은 ‘나’를 먼저 들여다보고, 점차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참가자들은 별칭 짓기를 시작으로 인사하기, 약속하기, 서로 초상화를 그리는 ‘나를 그려주세요’, 잊고 지내던 장점을 찾아 소개하는 ‘나의 장점 경매’, 서로 공감하고 격려하는 ‘나도 그래’, 관계 형성을 위한 작은 계획 세우기, 칭찬하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고립·은둔 청년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인천시 청년미래센터가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후 평가에서 5점 만점에 4.24점을 받았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덕분에, 평소 속내를 털어놓기를 망설이던 청년들도 공감을 받으며 트라우마를 개방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5년 넘게 은둔 생활을 하다가 일상을 되찾고 싶어서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했다는 A(38)씨는 “결국 다른 사람과 살아가야 하는 만큼, 지금은 사회성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활동을 시작할 때는 다른 참여자들보다 나이가 많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갈수록 (더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또래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운 마음까지 든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 고립 생활을 시작했다는 B(29)씨는 “시간이 더 흐르면 고립에서 그치지 않고 은둔 상태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겨 여기에 나왔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어느 순간 다른 사람들의 상황에 공감하고 귀 기울이면서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6회 동안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가장 편하고 솔직하게 많은 것들을 배우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인천시 청년미래센터는 참여자들의 긍정적 평가는 물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지원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꼭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참여자로 선정했지만 운영 기간 개인 사정으로 결원이 생긴 부분을 개선하고, 앞으로 진행할 사업을 위해 더 쾌적한 프로그램 운영 장소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번 집단상담을 담당한 위성애 강사는 “고립·은둔 청년들에겐 지금의 상황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내 안의 상처’가 고립과 은둔으로 나타난 것임을 들여다보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나’를 회복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함께 할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