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예상보다 높은 양형’ 반응
李 답변 태도에 경종 울린 재판부
이미 전부터 대표직 평가 구멍 감지
김동연, 김경수와 독일서 비공개 회동
비명계 중심 세력변화 가능성 높아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결과다. 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 선거 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여 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반환해야 한다.
이번 1심 선고 결과는 예상보다 더 높은 양형이라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중형이 선고된 배경은 ‘협박이다’, ‘몰랐다’라고 하는 이 대표의 답변 태도에 대해 경종을 울린 재판부의 인식이 강하게 드러난 이유로 풀이된다. 핵심은 이점이다. 이 대표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과 성남시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의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한 “국토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 모두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김 전 처장에 대한 발언은 법률상 무죄, 백현동 발언은 유죄로 봤다. 그러니까 이 대표가 주장했던 해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대표쪽은 공직선거법상 금지된 허위 사실 공표 대상이 ‘행위’인 점에 착안해 이 대표가 김 전 개발1처장에 대한 주관적 인지 상태나 친분에 대해 ‘안다’, ‘모른다’고 한 표현은 증명이 불가능하다며 무죄를 주장해왔다. 개인적으로 김 전 개발1처장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잘 몰랐다고 주관적으로 인식해 답변했고, 이를 허위 사실로 인지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배척했다.
이 대표에 대한 징역 선고에 대해 여야의 반응은 정반대로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했다며 야권을 향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조일 태세다.
반면 민주당은 “정치 탄압”이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대국민 여론전에 당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민주당은 이번 판결을 사실상 ‘정치 보복’으로 규정함에 따라 앞으로 대여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심 징역형 선거가 나오기 전부터 이 대표의 대표직 수행 평가에 대한 구멍이 감지되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29∼31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전국 1천5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 11.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대표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 대표 역할 긍정률은 전체 유권자 기준 41%, 부정은 51%로 나왔다. 서울과 인천·경기,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선 부정률이 긍정률보다 높았고, 대전·세종·충청과 광주·전라에선 긍정률이 앞섰다. 20·40대에선 긍정평가가 우세했고 나머지 연령대에선 부정평가가 우세했다.
같은 조사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평가를 별도로 물어 보았다. 한 대표 역할 긍정률은 전체 유권자 기준 긍정 40%였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당시 한 비상대책위원장과 맞붙어서 이 대표가 압승을 거두었던 결과와 비교하면 한 대표에 비해 유의미한 수준의 우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결과다. 이 또한 이 대표의 재판 리스크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인데 1심 선고가 실형으로 나오면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1심 징역형을 선고받으면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김 지사는 ‘친문’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차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대표의 대권 경쟁자로 꼽히는 김 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1월 초 독일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둔 시점에 이뤄진 회동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야권 내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 지사가 적극적인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을 두고 이 대표 이후를 대비한 성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의 1심 선고 결과가 징역형으로 나오면서 김 지사가 비명계 중심의 세력 변화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대표는 흔들리고 있고 김 지사가 뜨고 있다.
<※외부인사의 글은 경인일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