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동안 만난 장소에서 띄운 ‘달’들
삶 속 숨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찾기
달 닦은 영상, 사진 등 현장 기록 전시
오는 30일까지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김순임 작가가 닦고 닦아 만든 ‘달(Moon)’들을 보여주는 개인전이 인천 중구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우현로76번길 13 2층)에서 열렸습니다.
전시 제목은 ‘달 닦는 이’(Moon Polisher)입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입니다.
작가는 지난 2016년 처음으로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돌을 들고, 그 바위를 문질러 흰 점을 표현하는 ‘빛 시리즈’를 시작했습니다. 작가는 이듬해 독일과 프랑스에서 글로벌 노마딕 아트 프로젝트로 그곳의 자연 현장에서, 또 지역의 사람 이야기가 숨어 있는 장소에서, 달빛을 만들어 어두운 그늘이나 바닥을 밝히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작가는 한국과 해외의 다양한 지역에서 장소특정적 현장 작업으로 작가의 시간과 정성의 흔적이 달이 되도록 하는 여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작가가 만나는 장소마다 닦고 또 닦아 달을 띄웠다는 얘깁니다.
이렇듯 전시 제목 ‘달 닦는 이’는 작가가 현장에서 그 장소의 숨은 풍경과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업 방식에서 온 것입니다. 작가가 한 장소를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쓰다듬어 생겨난 흔적이 달의 모양을 하고 있네요. 작가는 우리 삶의 모든 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의 시간과 마음을 다하는 정성은 그가 있는 곳을 밝히는 빛을 만들어 낸다고도 했습니다.

전시장에는 작가가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현장 작업의 사진과 영상, 책 등의 기록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프로젝트 Live_Life_Live’(리브_라이프_라이브)를 통해 현장 작업을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보여주면서 아카이빙을 진행했습니다. 그렇게 관람자와 소통하고자 했습니다.
전주천에서 만든 커다란 달의 형상, 불가리아의 오래된 학교 바닥을 닦아 만든 달, 불가리아 가브로브치 엔뇨비자강에서 작업한 달, 전남 여수 도성마을에 뜬 달, 경기도 안성 담벼락에 뜬 달, 인천 시도 염전에 뜬 달……. 도처에서 달을 띄웠네요. 전시장인 프로젝트 스페이스 코스모스 바닥에도 달을 새겼습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그 순간의 삶을 살아내기. 내가 밟고 선 땅, 그 바닥을 쓰다듬기. 숨겨지고 감춰진 빛 찾아내기. 거기에 비친 삶을 들여다 보기. 내게 주어진 공간을 깊이 살며 생겨난 흔적, 내 바닥을 닦으며 생겨난 빛, 그것이 나의 달이 됐습니다.
사람의 시선은 사람 눈높이에 있어서, 바닥으로 흐르지 못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우리의 바닥은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자세히 천천히 마음 담아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만난 바닥, 벽, 돌, 물, 강 등 우리를 받쳐주는 다양한 바닥에 시간과 정성과 마음을 담아 달빛을 띄워 보았습니다. 이 달빛은 밤하늘이 아닌, 낮의 바닥에서 작가의 시간으로 닦아 빛을 내고, 잠시 살다, 또 자연의 시간으로 사라지는 빛입니다.”

김순임은 각 지역의 자연과 그로 인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 작가입니다. 공간과 공간, 공간과 사람, 자연과 자연으로서 사람을 관찰하고 연결하고 시각화해서 발견된 이야기들을 지역 특유의 자연 오브제·공간과 엮어 설치, 조각,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실험을 합니다.
작가는 2002년 이후 28차례의 개인전을 가졌습니다. 또 설치와 평면, 영상 작업 등 다양한 전시 형태로 350차례의 프로젝트·기획전에 참여했습니다. 현재 국립생태원과 ‘자연의 영토’ 프로젝트, 전주문화재단 ‘예술로그린 전주’ 프로젝트에 참여해 전주천 주변에서 2년에 걸쳐 현장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에 살면서 여러 지역을 떠돌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2024 문화예술육성 지원사업’ 중 ‘인천형 예술인 집중 지원사업’으로 선정돼 개최했습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