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에 두들겨 맞고 4강행 좌절
선발 고영표·최승용·임찬규 초반 붕괴
문동주·손주영·원태인 ‘부상’ 뼈아파
2015년 우승이후 국제무대 뒷걸음질만

한국 야구가 안방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며 흥행의 대기록을 세웠지만, 세계 무대에선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흥행가도를 달리며 신기록을 잇따라 세웠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720경기에 1천88만7천705명의 팬이 야구장을 찾는 등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관중 1천만명 시대를 열었다.
또 포스트시즌 16경기에 모두 만원 관중이 들어차면서, 35만3천550명의 관중이 프로야구 가을 잔치를 함께 즐겼다. 역대 단일 시즌 포스트시즌에서 전 경기 만원 관중을 기록한 것은 2010년(14경기 29만8천명)에 이어 두 번째였다.
흥행 못지 않게 각 구단들은 다양한 팬서비스와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면서 매 경기 박빙의 승부를 벌였고, 최종 우승자는 KIA 타이거즈였다. 이후 한국 야구는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검증받았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에 출전해 5개국과 예선전을 치른 것이다. 13일 대만전을 시작으로 쿠바(14일), 일본(15일), 도미니카공화국(16일), 호주(18일)까지 5개 국가와 풀리그 방식으로 대결했다.
그 결과 한국 야구는 대만과 일본에 지면서 3승2패가 돼 4강 슈퍼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프리미어12를 통해 나타난 한국의 가장 문제점은 선발 투수의 부재다. 일본과 대만 프로야구 투수들은 쟁쟁한 실력을 갖추며 탄탄한 마운드를 구축한 반면 한국 투수진은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만과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한 고영표(kt wiz)는 2회에 홈런 두 방을 맞고 2이닝 6실점으로 무너졌고, 쿠바전 곽빈(두산 베어스)은 4이닝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5회를 버티지 못했다.
또 일본전 선발투수 최승용(두산)은 1과3분2이닝 동안 2실점했고,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선발투수로 나선 임찬규(LG 트윈스)도 3이닝동안 3실점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물론 문동주(한화 이글스), 손주영(LG),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등 투수들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부상으로 빠져 마운드가 약해졌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래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다른 투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밀렸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일본은 그렇다고 해고 대만과의 경기에서 완패했다는 점은 한국 야구가 다시 한 번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할 정도로 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오는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한 중장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국 야구는 다음 WBC가 열리는 2026년 3월까지 짧은 기간에 마운드를 더 탄탄하게 다져야 한다는 엄중한 숙제를 받았다. 그래야 과거 세계 최고 팀을 국제 대회에서 연거푸 꺾었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제1회 WBC가 열린 2006년부터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2015년까지 9년간 영광의 세월을 보냈다. 2006년 WBC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잡고 4강 신화를 창조했고, 2008 베이징 올림픽은 9전 전승 금메달이라는 불멸의 위업을 달성했다.
2009년 WBC에서는 일본과 연장 대결 끝에 아쉽게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2013년 WBC에서는 1라운드 통과에 실패했지만, 성적 자체는 2승 1패로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초대 대회인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서는 일본에 0-3으로 끌려가다가 9회 4점을 내 역전승하는 ‘도쿄 대첩’을 연출했다.
9년 전 프리미어12 결승에서 미국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 한국 야구 마지막 영광이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야구는 국제 무대에서 뒷걸음만 쳤다. 안방에서 열린 2017년 WBC에선 이스라엘에 덜미를 잡히며 1승2패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걸린 2019년 프리미어12에선 일본과 벌어진 격차를 확인한 끝에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예선(7-8 패)부터 이번까지 일본에 9번 내리 졌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선 도미니카공화국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하며 노메달에 그쳤고, 2023 WBC에선 유리한 조 편성에도 첫판에서 호주에 패해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부진을 경험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