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국내 회계법인 의뢰 연구용역 자료 단독 입수

2018~2020년 9천 명 정규 전환… 우려 빠진 노조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들이 카트를 끌고 차별과 처우개선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2021.6.1 /경인일보DB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관계자들이 카트를 끌고 차별과 처우개선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촉구하며 청와대로 도보 행진을 하고 있다. 2021.6.1 /경인일보DB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의 관련 업무 다수를 다시 민간 위탁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노조는 많은 노동자가 다시 비정규직화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인일보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내 한 회계법인에 의뢰한 ‘위탁사업 구조 개선 및 자회사 경쟁력 강화 방안’ 연구용역 자료를 입수했다. 인천국제공항 산하 3개 자회사를 개편해 일부 영역을 민간 위탁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이 회계법인은 연구용역에서 “친노동 입법이 강화되고, 국내 경기와 항공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인력수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3개 자회사가 탄생했으나 업무 경쟁력을 고려한 체계적인 기준보다는 정규직 전환이라는 현안 해결을 위해 유사해 보이는 기능들을 단순히 통합한 것”이라며 “각 기능별 연계성이 저하되고, 서로 다른 이익과 의견이 공존하는 거대 노조가 형성됐다”고 했다. 또 “현재 자회사 노동조합 가입률은 국내 평균 노동조합 조직률 등과 대비해 매우 높은 상황으로, 파업, 쟁의 등 리스크를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회계법인은 이에 IT, 시설관리, 보안경비 등 6개 영역을 제외하고 탑승교 운영, 환경미화직 등을 민간 위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공항 운영에 필수 영역을 반영해 6개 자회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현 자회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은 (민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은 문재인 전 정부의 주요 공약인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의 1호 사업장이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천공항시설관리·인천공항운영서비스·인천국제공항보안 자회사를 설립해 용역회사 소속이던 비정규직 공항 노동자 9천여명을 지난 2018년부터 2020년 7월까지 정규직 형태로 전환했다. 처우가 열악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최근 이 같은 연구보고서를 접한 노조는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직원들이 대거 비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진호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만약 이 보고서대로 공사가 인력 구조를 개편하면 최소 1천300여명의 노동자가 다시 비정규직이 된다”며 “공항공사뿐만 아니라 정규직 전환 사업을 추진했던 다른 공공기관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연구용역 보고서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번 보고서 결과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채택하지 않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연구용역에서 제안된 내용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연구기관(회계법인)은 향후 노동인력의 감소, 사회적 인식변화에 따른 특정업종 기피 등으로 인력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는 일부업종에 대한 보완책으로 공급선 다변화를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려는 목적이 아닌 공항운영 안정성 확보를 위한 대책으로, 자회사 인력의 변동추이와 정부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행시기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변민철·송윤지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