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참여 안해” 교사들 원성

교사가 쓴 글·과학 무관 내용들도

배점표 미공개… 심사 공정성 의문

전국 초·중·고 학생들이 참가한 과학동아리 활동 발표회에서 인터넷 백과사전 문서를 그대로 가져다 쓴 출품작 등이 수상작으로 선정되면서 지도 교사들의 원성이 나오고 있다.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이달 2일 한성과학고등학교에서 전국 초·중·고 67개 학교가 참여한 가운데 과학동아리 활동 발표회를 열고 이후 최우수·금·은 수상작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인천지역 일부 학교 교사들은 수상작 중 흠이 발견된 출품작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한 초등학교 동아리의 보고서에는 ‘나무위키’ 등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 상당 부분 그대로 실렸다. 또 다른 수상작에는 보고서 일부에 과학과는 무관한 ‘지역 관광 활성화’ 관련 내용이 반영돼 있다. 심지어 한 중학교 수상작에는 교사가 행사를 준비하면서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담겨 있었다. ‘기체의 용해도와 온도와의 관계를 찾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음’ 등 교사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설명하며 작성한 듯한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발표회 심사위원들은 물론 위원별 배점표 등도 공개되지 않아 참가 학교 교사들은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진 것인지 의심하고 있다.

인천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상 여부를 떠나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결과를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전국 단위 대회임에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도 안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 우려된다”고 했다.

한 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특별하게 원하지 않는 한 다시는 이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교사가 발표회 보고서 작성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교사 보고용 문서로 보이는 내용이 반영된 출품작까지 수상작으로 결정한 건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는 심사위원들이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로 수상작 선정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해선 논의하겠다고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 문서를 참조한 것 등에 대해 심사위원들이 검토한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학생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심사한 결과 수상작이 결정됐다”고 했다.

이어 “심사위원 공개 등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는 개선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