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프로스포츠 첫 1천만 관중시대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 ‘우물안 개구리’
KBO, 이번 대회 젊은 선수로 마운드 꾸려
WBC 개최 2026년까지 ML행 투수 많아지길
![신창윤 문화체육부장](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4/11/20/news-p.v1.20241120.421f0c82891e4759b18acfe90a3f96db_P3.webp)
‘야구는 투수하기 나름이다’, ‘똘똘한 투수 한명만 있으면 본전은 한다’.
흔히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들 말한다. 뛰어난 투수들이 있는 팀이 그렇지 못한 팀보다 승리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야구는 투수가 던지는 공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야구 포지션 번호에서도 투수는 1번을 부여받는다.
요즘 아시아 야구가 세계 야구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세계 야구를 평정한 일본 야구가 이를 대변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를 봐도 그렇다. 그는 호타준족(好打駿足)에 빠른 강속구를 지닌 투수 역할까지 1인 3역을 한다. 잘 치고(타격), 잘 던지고(투수), 잘 달리고(도루). 뭐 하나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에겐 부러운 존재다.
우리나라 야구는 국내에선 흥행에 성공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720경기에 1천88만7천705명의 관중을 끌어 모아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관중 1천만명 시대를 열었다.
특히 각 구단들의 치열한 승부와 순위 다툼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매 경기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면서 국민들을 야구장으로 모이게 했다. 과거 직장인과 어른들의 전유물에서 현재는 남녀노소 누구나 야구장을 찾을 정도로 젊은 이들의 열기가 대단했다.
그러나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 아시아 야구의 대표 국가인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무대를 함께 나갔던 것이 엊그제 일 같았는데, 최근에는 일본은 물론 대만한테도 밀리는 ‘종이 호랑이’ 신세가 됐다.
얼마 전에 끝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조별리그에선 한국 야구의 현 주소를 보는 듯 해서 씁쓸했다. 일본과 대만에 패한 한국은 3승 2패로 슈퍼라운드(4강) 진출의 탈락을 맛봤다. 과거 일본이 가장 두려워했던 상대가 바로 한국 야구였는데, 이제는 대만한테도 밀려 아시아 3위 국가로 전락한 셈이다.
한국 야구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 2006년부터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을 차지한 2015년까지 세계 야구를 주름잡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축구에서 4강 신화를 이룬 태극전사들처럼 한국 야구도 2006년 WBC에서 미국과 일본을 잇따라 제압하고 4강 신화를 이뤘다.
또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따냈고, 2009년 WBC에선 일본과 명승부를 연출하며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2013년 WBC에선 2승 1패로 주춤했지만, 초대 대회인 2015년 프리미어12에선 ‘도쿄 대첩’에 이어 미국을 꺾고 감격의 우승컵을 차지해 한국 야구의 매운 맛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한국 야구는 과연 무엇을 했을까. 우리가 주춤한 사이 세계 야구는 빠르게 발전했다. 투수들의 어깨는 더욱 견고해졌고, 시속 150~160㎞대의 강속구 투수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들만 해도 박찬호, 서재응, 김병현, 류현진 등 쟁쟁한 한국 투수들이 즐비했지만, 최근에는 야수들만 보일 뿐 투수들의 진출은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한국 야구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번 프리미어12를 앞두고 베테랑 투수들이 아닌 젊은 선수들로 마운드를 꾸렸다는 점이다. 이들은 2026년 WBC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한 중장기 대책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야구가 다음 WBC가 열리는 2026년 3월까지 짧은 기간에 마운드를 더 탄탄하게 다지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투수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창윤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