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시대, 4년간 큰 걱정거리

한국=머니머신 비유 파격공세 예상

대미무역 흑자 국가에 고관세 부과

FTA 개선 등 수출 다변화 준비를

현명·지혜로운 국가경영전략 절실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미국의 어느 크루즈 회사는 ‘트럼프 싫으면 배 위로 이사하세요’라는 4년짜리 초장기 패키지 상품 ‘도약(skip forward)’을 약 3억5천만원에 출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해리스 후보의 낙선과 트럼프의 당선’에 실망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140개국 425 항구에 기항하며 다음 대선까지 미국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여행코스가 짜여있다. 1년짜리 ‘현실도피’, 2년짜리 ‘중간선거’, 3년짜리 ‘집을 제외한 모든 곳’이라는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여행 기간에 미국시민권도 유지된다고 한다.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힌 기업의 상품기획 전략이다.

도널드 트럼프, 거칠고, 탈도 많지만, 미국의 대선에서 민주당의 해리스 부통령을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해 당당하게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돼 4년 만에 백악관으로 귀환하게 됐다. 거의 모든 언론기관과 각종 선거 예측에서 박빙으로 예상했고 심지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선거 직전에 56대 43으로 해리스의 당선을 예측하기도 했지만 어림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트럼프, 총알도 피한 참으로 운 좋은 사나이다. 경제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고, 불법 이민 문제로 파생되는 무질서와 위협을 비롯해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백인 저소득층 유권자들을 슬로건 MAGA(Make America Great America) 운동의 거센 바람으로 뭉치게 해 다시 대권을 거머쥐고 말았다.

지배 엘리트계층에 대한 서민들의 분노를 소홀히 생각하고, 아직도 여성이 백악관 주인으로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상상하기를 어색해하는 보수성향의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해 성차별 유리 벽을 두 번씩이나 극복하지 못한 민주당의 안일한 선거전략이 패배의 큰 원인이다.

그나저나 이제부터 트럼프 2.0시대를 맞이해 당장 우리나라의 대미 국가 대응전략이 향후 4년간 국민의 큰 걱정거리다. 여러 트럼프 리스크 중 우선 취임과 동시에 IRA 전기차 보조금 폐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10배 인상, 북한과의 직접 협상, 관세폭탄 정책, 한국을 돈을 많이 버는 머니머신에 비유하는 인식과 ‘미국우선주의’ 정책 등이 우리에게 외교·안보·경제 전반에 걸쳐 만만치 않은 파격적 공세를 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 강해진 ‘트럼피즘’이 몰고 올 엄청난 변화가 불안을 넘어 두렵기까지 하다.

MAGA는 미국만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제47대 대통령을 의미하는 트럼프 공약집 ‘어젠다47’로 1기 때보다 정책이 구체화됐고 선명해졌다. 내각도 트럼프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충성파 인물 위주로 구성되고 실행방안도 마련되고 있다. 미국의회도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장악해 트럼프에게 더욱 힘이 실리고 그의 질주를 막을 장치가 사라져 버렸다. 동맹보다는 비즈니스 차원의 미국우선 정책이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바꾸어 갈 것이다. 국제무역질서는 한국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항이다.

트럼프는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많이 내는 국가에는 일방적으로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 우리는 바이든 정부에서 무역흑자가 많은 나라 중 하나다. FTA(자유무역협정)의 개선 등 여러 압력을 예상해 수출 다변화 등 사전에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미국에서 시작되는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는 전세계로 확산돼 새로운 국면의 국제무역질서가 생겨날 판이다. 아울러 싸고 좋은 물건의 수출입관련 글로벌 공급망에도 선순환의 흐름이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트럼프 1기 때부터 포기한 세계경찰국가의 역할로 직접적 타격이 예상되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국가 간의 동맹 여부와 상관없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나라의 전쟁에 굳이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주한미군 철수와 방위비 대폭 인상요구에 따른 국가안보의 불안과 이에 따른 갈등으로 정치·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미국우선의 핵심주제인 힘을 통한 국방, 친환경 정책 폐지의 에너지, 국익 우선의 보호무역을 중심으로 강력하게 추진될 트럼프 ‘어젠다47’로 국제정세와 우리경제에 대격변을 예고하는 지금, 정쟁에 우선해 현명하고 지혜롭게 잘 준비된 국가경영전략이 절실하다.

/이세광 콘테스타경영컨설팅 대표·한국조직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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