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것대로 이뤄질 확률 높고

나의 태도·가치관 중요 교육받아

실제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think’보다 ‘do’가 우선적 시사

결과에 책임질 수 있는가 고민을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세상을 살다 보면 각자의 목적에 따라 상대방을 설득해야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때가 종종 있다. 물론 요즘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자의든 타의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 여전히 아주 소소한 일부터 큰일까지 상대와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얻어야만 하는 때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대를 설득하는 데에는 과연 어떠한 계획과 전략이 비밀리에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서 분석해보고자 한다.

우선 ‘foot-in-the-door’라는 전략을 들 수 있다. 이 전략은 말 그대로 발을 어딘가에 처음 들여놓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서 여러분들이 물건을 샀을 때 받는 다양한 샘플들을 생각해보자. 샘플은 말 그대로 모집단에서 나온 작은 표본인데, 모든 세일즈의 기본은 일단 발을 들여 놓는 것 즉, 샘플을 써보게 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한 번만 써보세요. 공짜입니다”라는 것이 바로 전형적인 이 전략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발 들여놓기 전략은 상업적인 관계에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은 혹시 이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새로운 조직이나 모임에 처음으로 가면 꼭 인사를 시키는 코너가 있고, 처음에는 거절하다가도 결국에는 마이크를 잡거나 앞에 나가서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여기에 왜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첫 모임에서는 다양한 기념품 등 선물을 받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는 발을 처음에 들이는 전략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행동을 하고 나면 그것이 태도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다시 말해서 내가 생각만 하고 있던 것들(태도)을 위의 사례에서처럼 말하게 되는 경우(행동)에 이러한 생각은 점점 더 공고해 지고 이를 마치 진실인 것처럼 스스로 더 강하게 믿게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모임에 별 생각 없이 친구의 강요로 등 떠밀리듯이 가게 되었어도 그 첫날 발언을 하는 순간 그는 모임에서 관심을 받게 되어 있고, 이러한 관심은 곧 당사자로 하여금 “아, 내가 여기 중요한 일을 하러 왔구나. 이 많은 사람들이 나를 반기는 것을 보니 여기는 좋은 곳이구나. 의미 있는 모임이었어”라고 기존의 별 생각 없던 태도가 마치 ‘특별한’ 사유를 가진 일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집단에서는 그가 처음 그 모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보이는 전략이 새로운 구성원을 모집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사례는 실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밝혀지고 있는데 특정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두 집단으로 나눈 후에 무작위로 한 집단에는 본인의 정치적 의견과 상관없이 A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쓰게 하고, 다른 한 집단에는 마찬가지로 B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쓰게 한다. 그리고 나서 이에 대해서 본인의 원래 생각과는 상관없이 그 글을 앞에 나와서 읽도록 하고 나서 자신의 원래 해당 정당에 대한 태도가 얼마나 바뀌었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위의 일상에서의 사례들처럼 실험 상황에서도 앞에 나와서 자신이 쓴 글을 읽은 사람들의 경우 글을 읽지 않은 사람에 비해서 기존의 정치적 성향과 반대되는 정당에 대해서 우호적인 생각을 갖게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과 일상에서의 경험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그 동안 내가 생각하는 것대로 이루어질 확률이 높고, 나의 태도나 가치관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지 중심적 관점을 교육받았는데, 실제 사회에서는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쩌면 ‘think’보다는 ‘do’가 더 우선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반대로 보면 내가 어떠한 말과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내 기존의 생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으로 무엇인가 행하기 전에는 반드시 이것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질 수 있는 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철학적 질문을 가져다 준다.

요즘처럼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계절에 오늘부터라도 우리는 각자 어떠한 말을 내뱉고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법하다.

/정명규 전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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