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인증 없이 해외몰 구매 가능

매장은 인적사항 적고 판매 원칙

“시도 실패땐 자살욕구 크게 줄어”

온라인 전담 감시, 예산 없어 지연

자살 단톡방에서 자살 장소로 추천하는 성남시의 한 공원엔 곳곳에 자살 예방 방지 문구가 적혀 있었다. 2024.11.2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자살 단톡방에서 자살 장소로 추천하는 성남시의 한 공원엔 곳곳에 자살 예방 방지 문구가 적혀 있었다. 2024.11.20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카카오톡 등 온라인 채팅방에서 자살 도구와 장소 등을 공유하는 자살 단톡방(11월20일자 7면 보도)이 논란이 된 가운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무방비로 퍼지는 자살 관련 정보의 접근성을 낮출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힘내세요·살아주세요 금지’… 죽음 공유하는 ‘단속 사각’ 자살 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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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폐공장 등 채팅방 구성원들이 저마다 추천하는 장소들이 답변으로 달렸다. 이곳은 자살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살 단톡방’으로,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단톡방 상단에는 ‘힘내세요, 살아주세요 같은 표현은 자제해 주세요. 이곳은 죽고 싶은 분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9221

20일 자살 단톡방에서 언급된 방법대로 자살 도구를 구매하기 위해 수원시의 한 농자재 업체를 찾았다. 쉽게 구매가 가능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제 전 직원은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마시거나 하면 안 됩니다”라고 경고하며 구매자의 이름과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요청했다. 자살 관련 모든 제품에는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받는 게 원칙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같은 날 오후 자살 단톡방에 추천돼 있는 성남시의 한 공원엔 곳곳에 자살 예방 방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금, 힘들다면 전화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성남시자살예방센터로 이어지는 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 공원은 2010년대 자살이 빈번했던 지역으로 꼽혔지만, 올해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처럼 자살 단톡방에서 공유되는 자살 도구와 장소들은 실제 오프라인 현장에선 관계 당국의 감시와 안전망이 존재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살 도구 구매나 장소에 대한 접근 문턱을 한 단계만 강화해도 자살률이 감소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말한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자살 시도 단계에서 실패하면 또다시 자살을 시도하는 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자살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자살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원인 분석과 동시에 자살 시도가 실패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대책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온라인상에서는 자살 접근성을 높이는 정보들이 여전히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해외직구 사이트에서는 별다른 성인인증 없이도 자살 단톡방에서 추천 도구로 언급되는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살예방단체에서는 정부 차원의 온라인 모니터링 강화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배미남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자살 단톡방 같은 커뮤니티를 생성 단계부터 막는 건 어렵겠지만, 해당 공간에서 자살 관련 유해 정보 유포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실시간 신고·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4월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에서 ‘24시간 자살유발정보 대응 모니터링 센터’ 설립 계획을 밝혔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시점에서 해당 센터는 예산 등의 이유로 아직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에 24시간 대응센터 설치 항목을 포함해 올렸고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는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신고·삭제 요청이 들어오면 대응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