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로 리더십 타격받은 이재명
대권주자 대안 주목받는 김동연과 만나
‘지역화폐’ 정책 고리로 수원서 한자리
시종일관 미소 띠었지만 ‘어색한 기류’

사법리스크 현실화로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플랜A’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플랜B’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사법리스크 현실화 이후 처음으로 ‘지역화폐’를 고리로 한 자리에서 마주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정치적 고향인 수원 전통시장 민생현장탐방에 나선 길에, 지역화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 경기도백인 김동연 지사가 마중을 나가면서다.
양측은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서로를 응원했지만 사법부의 판결과 검찰의 기소로 미묘하게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수원 못골시장 탐방 일정은 21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30여분간 진행됐다.

못골시장 지동시장 미나리광시장 영동시장 남문시장 등이 밀집한 수원 남문 일대는 전통적으로 정치인들의 발길이 잦았다.
전 경기지사인 이 대표로서는 ‘민생’ ‘소상공인’ ‘지역화폐’ 등 이 대표의 아이콘 정책을 설파할 적합한 장소이자 사법부의 중형 선고로 상처 입은 지도력을 회복할 장소를 물색한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이 지역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영진(수원병)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김동연 지사는 이 대표보다 5분여 일찍 현장에 도착해 가장 먼저 이 대표를 환대했다.
이 대표와 김 지사 등 일행은 못골시장을 걸어 상인회장들과의 간담회 장소인 영동시장 대강당에 이르기까지 김영진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시장 상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했고, 발길을 멈춰 들른 시장 상인들은 “힘내시라”, “대한민국을 살려달라”, “이 대표가 이겨서 정의와 공정이 어떤 건지 보여달라”는 응원을 전했다.
뒤이은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현장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고향 같아서 푸근하고 좋다”고 현장 응원 목소리에 화답했다.

또 이 대표는 “여러분이 나서야 한다. 당당하게 ‘내 세금이고 내가 맡긴 권력이니 그 권력과 예산을 제대로 우리를 위해 써라’라고 요구해 달라. 말을 안들으면 혼을 내야죠”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상인들을 만나 힘을 얻은 이 대표와는 달리 김동연 지사로서는 이 대표 지지층에 둘러싸인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기도 했다.
시장 일대를 가득 채운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김 지사를 향해 “정신 차려라”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최근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 의원들을 향해 “움직이면 죽습니다”라고 경고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김 지사가 이 대표의 대안(플랜B)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간담회 뒤 이은 순댓국 오찬에 김 지사는 일정을 이유로 같이 자리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김동연 지사가 플랜B로 거론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지나쳤다.
/권순정·이영지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