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풍군과 1.4㎞ 거리…민통선 내 위치
과거 이념대결 장에 ‘자본주의 상징’ 오픈
매장 2천여개, 기프티콘 등 화폐처럼 통용
‘스벅 문화’ 하나의 독립 장르로 자리매김
북한땅이 바라다보이는 애기봉에 스타벅스가 개장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때 이념대결의 최전선이었던 곳에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할 시설이 들어서는 셈인데, 해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과 저명 인사들의 인기 방문코스로 발돋움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오는 29일 김포시 월곶면 애기봉평화생태공원에서 ‘스타벅스 김포애기봉생태공원점’ 오픈행사를 개최한다. 오픈식과 함께 오전 9시30분부터 구매금액별 또는 일정금액 이상 ‘기부머그’에 참여한 선착순 100명에게 기념굿즈를 증정할 예정이다.
애기봉점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입점 사례다. 애기봉은 강 건너 북한 개풍군과 거리가 1.4㎞에 불과한 민간인출입통제구역으로, 생태공원 완공 이후에도 입장객을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모든 매장을 본사에서 직영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스벅코리아 측이 애기봉의 콘텐츠잠재력을 보고 투자에 나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스타벅스의 국내 매장 수는 2천여개. 기프티콘과 기프트카드는 화폐처럼 통용되는 등 ‘스벅 문화’는 이제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이대점이 개점하고 한동안 ‘커피값 치고 너무 비싸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세월에 따른 물가변동을 고려할 때 가격상승 폭이 크지 않았음에도 고급스런 이미지를 유지, 경쟁브랜드를 하나둘 따돌리고 시장 최강자로 올라섰다.
스타벅스는 전국 곳곳에 애기봉점과 같은 특별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 제기동 경동시장의 ‘경동 1960점’이다.
경동 1960점은 60년대에 지어져 폐극장으로 방치돼 있던 경동극장을 리모델링해 지난 2022년 말 오픈했다.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한 기금으로 경동시장 인프라 개선과 일자리 창출 등 지역상생을 위해 사용한다. 전통시장에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운영하는 신세계 경영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
부산 엘시티 99층 ‘해운대 엑스더스카이점’은 2020년 11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층에 위치한 스타벅스로 오픈했다. 서울 남산 ‘서울타워점’보다 높은 매장으로 부산 앞바다와 주요 도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폐극장 ‘경동1960점’ 전통시장과 상생
‘장충라운지’ 시간여행 빠져드는 매력에
‘제주금악DT’ 국내 최대규모 야외좌석
해외는 항공모함·열차에도 매장 들어서
‘장충라운지 R점’과 ‘대구종로고택점’도 독특하다. 지난 9월 오픈한 장충라운지 R점은 근대화가 한창이던 1960년대 서울 장충동 대저택을 새롭게 해석한 매장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콘셉트로 시간여행에 빠져드는 매력을 선사한다.
100년 넘은 고택을 살려 2022년 10월 대구 중구에 오픈한 대구종로고택점은 지붕 서까래, 대들보, 마루 등 한옥을 최대한 보존해 아늑한 운치를 안긴다. 명품 오디오브랜드와 협업한 음악감상 공간도 조성돼 있다.
2021년 7월 경기 양평군에 문을 연 ‘더양평DTR점’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스타벅스다. 3개 층에 260석 이상의 좌석을 갖추고 전면 유리창 너머 남한강의 아름다운 전망을 확보했다.
지난 20일에는 제주 한림읍에 국내 최대 야외좌석을 갖춘 ‘제주금악DT점’이 오픈했다. 중문에서 제주공항으로 향하는 휴게소를 리모델링했는데 야외좌석(200석)이 실내좌석(45석)보다 약 5배 많다.
주한미군 부대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해외 미군기지 중 세계 최대 규모인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를 비롯해 국내 다수의 미군부대에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다.
이 밖에 해외 이색사례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콜마이네임’ 서비스가 불가하고 영수증에 주소도 표기되지 않는 CIA 매장, ‘항공모함 스타벅스’로 알려진 미 해군 강습상륙함(USS 복서) 매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인트갈렌 구간을 운행하는 기차 매장 등이 있다.
한편 스타벅스코리아는 애기봉생태공원점 오픈을 앞두고 지난 7일 해병대 제2사단 모든 장병에게 커피와 간식을 전달하면서 응원메시지가 적힌 국방무늬 슬리브를 선물했다. 애기봉은 해병대 주둔지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