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서울)미술 밖 비서울권 큐레토리얼 주목

송도 땅 채집해 물질 분석 시도 “다르게 읽기”

내달 14일까지 전시… 7·14일 오픈 포럼 개최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이 열린 인천 중구 임시공간(신포로 23번길 48).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이 열린 인천 중구 임시공간(신포로 23번길 48).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인천 중구에 있는 ‘임시공간(space imsi)’이 올 한 해 동안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 과정과 자료를 보여주는 전시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을 열었습니다.

개항장 거리에서 대안공간으로 문을 연 지 8년째를 맞은 임시공간은 올해 두 프로젝트를 집중했다고 합니다. 하나는 다양하게 자생하고 있으나 중앙(서울) 미술이 아니면 기록조차 되지 않는 로컬 큐레이팅에 관한 ‘대안의 대안: 21c 비서울 큐레토리얼 연구’입니다. 임시공간은 이 연구를 통해 시선을 인천 밖으로 향했습니다.

또 하나는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연구 방식으로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다시 읽는 프로젝트인 ‘바다의기억, 땅의순간, 하늘의시간’입니다. 임시공간이 위치한 인천을 좁고 깊게, 다르게 보는 작업입니다. 이들 프로젝트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연구 결과는 내년 중 출판물, 기획 전시 등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우선 ‘송도’ 연구 과정부터 살펴 보겠습니다.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의 송도 연구 프로젝트 과정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 송도에서 채취한 토양으로 분석한 크로마토그래피, 균 배양 결과 등이 있다. 송도갯벌로 염색한 롤링스톤스 티셔츠가 걸려 있기도 하다.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의 송도 연구 프로젝트 과정을 전시하고 있는 공간. 송도에서 채취한 토양으로 분석한 크로마토그래피, 균 배양 결과 등이 있다. 송도갯벌로 염색한 롤링스톤스 티셔츠가 걸려 있기도 하다.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바다의기억, 땅의순간, 하늘의시간

인천에서 송도국제도시를 어떻게 생각되나요? 매립과 개발, 인간과 자본, 교육과 부동산, 원죄와 속죄……. 이들 카테고리 너머로 이야기되고 생각된 내용은 매우 드뭅니다.

임시공간 채은영 기획자와 각기 다른 방식과 장르에서 작업하고 있는 기획자·작가(강인수, 권자연, 박지희, 이소요, 박수정, 이지희)들이 송도를 “인간과 비인간의 혼종과 공산의 장”으로 재배치하고 있습니다. ‘인공도시 송도’라는 기존의 지역성과 장소성 미술 전시의 방법론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연구자들은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쓰는 ‘부동산 지도’를 펼쳐 놓고 송도의 10개 공구 50개 지점에서 토양을 채집해 정제하고 혼합물을 분리하는 ‘크로마토그래피’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송도의 땅을 ‘부동산’이 아닌 물질 그 자체로 접근한 것이죠. 또 송도에서 40여 개 균을 채취해 곰팡이를 배양한 작가도 있습니다.

‘왜요?’라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채은영 기획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송도는 11개 공구가 개발 용도에 따라 구획된 계획도시지만, 매립간척지라는 태생으로 인해 ‘바다(과거)-땅(현재)-하늘(미래)’이 연결된 상호교차적 시공간성을 담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태정치적 접근 시도는 정해진 목표 없이 진행 중에도 새로운 요소를 만들고 끊임없이 네트워킹하면서 ‘다종민속지’(Multi-species Ethnography)적 표류로 흐르고 있습니다. 연구원(기획자·작가)들은 각자 속력과 주제에 따라 접근하고 있습니다.

채은영 기획자

임시공간은 앞서 2009~2011년 송도 삼부작 ‘유령’ ‘아더레지던스’ ‘파산의 記述(기술)’과 ‘송도 아트위크’(2022), ‘낯설고 낯선’(2022)을 통해 송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다시-읽고’ 미술로 살피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번 연구도 그 결과가 나올 내년 전시가 기대됩니다.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이 ‘대안의 대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지도 ‘이동하는 대안들’(2024). 자세히 보면 서울이 매우 축소된 우리나라 지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이 ‘대안의 대안’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한 지도 ‘이동하는 대안들’(2024). 자세히 보면 서울이 매우 축소된 우리나라 지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 대안의 대안: 21c 비서울 큐레토리얼 연구

임시공간 같은 대안공간이 인천에, 전국에 몇 곳이나 있을까요? 주류 미술과는 다른 예술적 실천을 하는 대안공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중앙(서울) 미술의 대안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그렇다면 서울 바깥의 대안은 뭐라 불러야 할까요?

‘대안의 대안’ 프로젝트는 기록되고 논의되지 못한 ‘비서울권’ 지역의 대안적 미술 운동·공간에 관한 연구입니다. 2000년대 초반 1세대 대안공간이 출현했고, 2014년 전후로 생겨난 신생공간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다양한 성격의 민간 전시공간이 나오고 있는데, 그 담론은 여전히 서울에 집중돼 있습니다.

임시공간은 인천이 아닌 비서울권 지역 경기·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연구자들(채은영, 김선영, 박이슬, 박하은, 조은비, 최선, 이지희)과 협업해 이들 지역 미술 현장의 ‘대안성’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상상적 지역성에 대항하는 동시대 미술에 관한 ‘작은 역사’를 확인하고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번 연구는 내부 세미나·리서치, 현장 조사, 인터뷰, 권역별 오픈 세미나,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오픈 포럼 등으로 구성했습니다. 이번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전시장 가운데 벽에는 연구 결과를 보여주는 지도 ‘이동하는 대안들’이 걸려 있습니다. 이 지도는 마치 여러 등고선을 표현한 것 같은데, 서울은 축소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발굴·정리된 180여 곳의 비서울권 공간의 연표와 관계망이 표현돼 있습니다.

채은영 기획자의 말을 다시 들어보죠.

이들(공간·단체·콜렉티브)이 끝끝내 어디로 흘러갈지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있었다’는 명백한 전언과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포착한 지역의 대안적 운동을 시각화하고자 했습니다. 각 권역을 나타내는 일그러진 곡선은 안에서 밖으로 이동할수록 지금의 시간과 가까워집니다. 연구원들은 연구 과정에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논의했습니다. 지역 예술 실천의 현실을 불러오며 로컬 큐레이토리얼을 보다 입체적이고 다각적으로 재인식하고 있습니다.

채은영 기획자

■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임시공간은 ‘대안의 대안’ 연구 결과를 내년 중 한글과 영문 버전의 책으로 출판할 계획입니다. 임시공간은 당분간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을 열어 이들 연구 과정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자료가 상당히 많으니 편하게 들러 천천히 살펴보면 좋겠네요.

임시공간은 내달 7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오픈 포럼 ‘바다의기억, 땅의순간, 하늘의시간’을 개최합니다. 또 내달 14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픈 포럼 ‘대안의 대안: 21c 비서울 큐레토리얼 연구’를 개최합니다. 연구원들에게 연구 과정을 생생히 들을 수 있겠습니다. 느린아카이브연구실은 내달 14일까지 운영합니다.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전시장 모습.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느린아카이브연구실 전시장 모습. 2024.11.23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