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의 ‘광제박애’ 정신 기반으로 설립

모금액 10년 전과 비교해 약 30% 가량 줄어

인도주의 활동 지속의 원동력인 적십자 회비

사회 따뜻하게 만드는 운동 많은 분 함께하길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이 겹치면서 모두가 춥고 어려운 시기이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적십자회비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에게 임시 거처와 구호 물품이 되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한 끼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어려울 때마다 함께했고, 나눔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한 역사가 있다. 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고 우리 이웃들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적십자회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적십자 운동의 시작은 고종황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10월27일 고종황제가 ‘널리 사람을 구제하고 고루 사랑하라’는 광제박애(廣濟博愛)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내린 칙령(제47호)에 의해 설립됐다.

조선 초기 곤궁한 백성을 구제하고 치료하기 위해 설치된 구제기관인 혜민서, 활인서 등의 업무를 승계한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적십자병원을 설립하여 가난한 백성들의 진료에 앞장섰다. 상해 임시정부 시절 적십자회는 중국 전역과 한국, 러시아, 미국 등지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적십자회비를 기부받아 독립군 부상자 치료를 위한 간호원을 양성하고 독립투쟁에서 부상입은 독립군과 그 가족의 생계를 돕는 등 전쟁의 암운 속에서도 인도적 활동을 꾸준히 전개했다.

실제로 당시 ‘대한적십자사 청연서(請捐書)’를 통해 ‘우리 동포를 구제할 자는 우리 동포이외다. 여러분게셔 조석에 한술을 더시면 한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요, 두술을 더시면 두 사람 동포의 생명을 구할 것이외다’라는 조선 동포의 구제를 호소하는 호소문을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작성해서 모금활동을 전개했다. 적십자 회비 모금 운동의 시작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의 적십자회비 납부 참여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2024년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의 적십자회비 모금액은 10년 전과 비교하여 약 30% 가량 줄어들었다. 이렇게 적십자회비 모금이 축소된 이유는 집집마다 발송하던 적십자회비 납부 요청 지로를 보내지 못하게 된 점이 가장 크다.

현재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5년간 1회 이상 적십자회비 납부 참여 이력이 있는 세대주와 개인에게만 우편 발송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오는 2027년에는 종료된다. 지로용지 발송 사업이 일몰되면 현재 적십자 회비 수입은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재난이 있는 곳이면 그곳이 어느 곳이든 달려갔다. 연천, 파주지역 수해 구호활동, 세월호 희생자 지원 구호활동, 물류창고 화재 구호활동, 메르스, 코로나19 봉사활동, 화성 아리셀 화재 구호활동 등 각종 재난을 당한 이재민을 대상으로 신속하게 구호품을 지급하고 이재민 고통 경감을 위한 복구지원 활동을 펼쳤다.

또한 아동·청소년, 노인, 이주민, 위기가정 등 취약계층에게 정서적 지원과 생필품을 전달하는 희망풍차 결연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위기상황에 처한 가정에는 생계·주거·교육·의료지원 등 긴급지원을 실시하여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일에도 발 벗고 나섰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심폐소생술, 응급처치 등 안전교육 보급에 힘쓰고 있으며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에게 인도주의 정신을 보급하여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넘어 우크라이나, 튀르키예 등 인도적 위기에 처한 다른 나라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이러한 적십자사의 인도주의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적십자회비가 있었다.

오는 2024년 12월1일부터 2025년 3월31일은 적십자회비 집중모금기간이다.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드는 적십자 운동에 많은 분이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

/이재정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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