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눈에 띄는 정치인들의 거짓말

직업적 자질로 느껴져 현실 씁쓸해

쉽게 드러나는 거짓도 진실로 둔갑

사회 전반의 신뢰와 정의마저 훼손

정치 책임, 말과 행동으로 증명돼야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거짓말처럼 겨울이 다가왔다. 늦더위로 단풍의 아름다움을 기대하지 못했는데, 어느새 나뭇잎은 고운 빛으로 물들어 있다. 가을의 약속이 지켜진다는 것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비록 깊어가는 가을을 온전히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계절의 변화를 통해 자연의 진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삶을 자연의 이치에 빗대어 이해하고 위안을 얻는다. 태어남과 죽음을 계절의 순환으로 설명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신뢰와 거짓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의 거짓말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정치인의 거짓말이 특히 눈에 띈다. 사회 지도층이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을 속이는 얕은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거짓말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 마치 정치인의 직업적 자질처럼 느껴지는 현실은 참으로 씁쓸하다. 정치적 성향, 출신, 종교,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게 거짓말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더구나 상식적으로 쉽게 드러나는 거짓말조차 정의와 진실의 이름으로 둔갑시켜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태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개인적 비난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신뢰의 기반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정치인의 거짓말은 진실과 거짓을 뒤섞어 혼란을 야기하며 공동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불신을 확산시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사회 전반의 건강한 소통과 신뢰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특히 정치인의 거짓말은 그 사회적 파급력 때문에 더욱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이러한 거짓말은 단순히 개인적 윤리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거짓말을 진실로 믿는 사람들과 거짓말이 진실이어야만 하는 사람들을 양산하고, 거짓이라 여기는 사람들과의 분열을 초래하며, 나아가 진실조차 거짓으로 의심받게 만든다. 결국 정치인의 거짓말은 사회적 신뢰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물론 선의에서 비롯된 거짓말도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로 긍정적 효과를 낳는 경우다. 예컨대, 새로 산 옷을 입은 사람에게 “정말 잘 어울린다”라고 말하거나, 능력이 부족할지라도 “너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어”라고 격려하는 말, 투병 중인 사람에게 “곧 건강을 되찾을 거야”라고 희망을 전하는 말이 그렇다. 이런 선의의 거짓말은 상대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며 관계를 돈독히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불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하는 거짓말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이는 일시적으로 문제를 모면하는 방편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복되면 결국 신뢰를 상실하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정치인의 경우,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가 붕괴되고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심화된다.

오늘날 정치인의 말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그들 스스로 초래한 결과다. 대한민국 사회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책임은 여의도 정치를 중심으로 거짓말과 책임 회피를 일삼는 정치권에 있다. 요즘 누군가의 거짓말로 시작된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사태는 좀처럼 수습되지 않을 것 같다. 거짓말을 둘러싸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진실 공방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제3자는 뜻밖의 피해를 자처하고 또 다른 거짓말로 사태를 증명하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이는 ‘나는 거짓말을 해도 너는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태도와 기만적 속성을 드러낸다. 정치인들 간의 이러한 태도는 국민에게 실망과 환멸을 안길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신뢰와 정의를 훼손한다. 정치적 책임은 반드시 말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하며 거짓말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되지 않을 때 비로소 신뢰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언제일런가? 정치인의 말이 진실의 표상이 되는 그날은?

/김구용국 경기도외국인복지센터장협의회 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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