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
합창단장에 ‘무기징역’ 구형
“피고인들에 살해 고의 명확”
인천 A교회에서 지내던 여고생 김모(17)양을 숨지게 한 합창단장 박모(52·여)씨에게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장우영) 심리로 25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살해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교회 합창단장 박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단원 조모(41·여)씨, 신도 김모(55·여)씨에게 각각 징역 30년을,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양의 어머니 함모(52)씨에게는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박씨는 범행에 공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씨와 조씨는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도 박씨의 승인을 받고 있다”며 “박씨는 학대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고도 제지한 사실이 전혀 없으며, (온라인으로 구매한) 결박에 사용된 밴드 구매 내역을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피해자 상태를 보고하는 김씨에게 종교적 메시지를 보내며 지속적으로 학대할 것을 지시했다”며 “피고인들은 올해 5월 초께 피해자가 음식을 먹지 않거나 대소변을 잘 가리지 않는 등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는데도 학대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 번이라도 병원에 보냈다면 피해자는 살아있을 것”이라며 “피고인들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음은 명확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피고인들의 법률대리인은 최후 변론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만일 유죄를 선고하더라도 범행이 발생한 경위, 피해자의 유족들이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점 등을 고려해 관대한 판결을 선고해달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PPT(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해 피고인들의 범행 과정과 이들에 대한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40여분 동안 최후 변론을 진행하며 피고인들의 무죄를 주장했다.
김양은 올해 2월부터 인천 남동구 A교회에서 신도 김씨와 지내던 중 지난 5월15일 숨졌다. 김씨와 조씨는 합창단장 박씨의 지시를 받아 김양을 지속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양이 정신 이상 증세를 보이는데도 교회에 감금했고, 성경 필사나 계단 오르기 등의 가혹행위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김양의 어머니 함모씨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 딸을 병원이 아닌 A교회로 보내 방임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부검의는 지난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해자의 주요 사인은 장시간 움직이지 못할 경우 발병하는 ‘폐색전증’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애초 경찰은 신도 김모씨를 비롯해 박씨, 조씨에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에게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적용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