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3억 반영에 기재부 미편성

시군, 자체예산 지원… 업주 부정적

경기도내 한 거리에 메뉴명이 ‘마약정식’인 한 음식점의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경인일보DB
경기도내 한 거리에 메뉴명이 ‘마약정식’인 한 음식점의 홍보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경인일보DB

지난 7월 간판, 메뉴 등에 ‘마약’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교체 비용을 보조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내년도 예산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교체 지원 비용을 떠안게 된 경기도 내 시·군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식약처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마약 상호 업소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약이란 말이 들어간 상호명을 사용 중인 음식점은 전국적으로 215곳이다. 이 중 도내 업소는 57곳(식품안전나라 데이터)에 달한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지자체장은 식품 영업자에게 마약류와 유사 표현을 사용하는 표시·광고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은 표시나 광고를 변경하려는 영업자 등에게 국고 보조 또는 식품진흥기금을 통해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

마약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 2024.11.20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마약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사용하고 있는 음식점. 2024.11.20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

하지만 정부는 교체 지원을 위한 국고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내년도 관련 사업을 위해 국비 약 3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도내 시·군들은 자체 예산인 식품진흥기금을 투입해 교체 지원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식품진흥기금은 마약 관련 간판·광고 교체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수입이 적은데도 다양한 지역사업에 활용하느라 기금이 거의 고갈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 사업자들의 간판 교체 비용까지 기금에서 사용하라는 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식약처에서 권고(간판 200만 원·메뉴판 50만 원)한 수준에 맞춰 교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업주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안양에서 마약 상호가 들어간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0만 원은 간판을 교체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주민들이 익숙해 하는 상호를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길거리 간판은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며 “마약이 친숙하게 자리잡지 않도록 교체를 유도할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