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3억 반영에 기재부 미편성
시군, 자체예산 지원… 업주 부정적
지난 7월 간판, 메뉴 등에 ‘마약’ 단어를 사용하지 않도록 교체 비용을 보조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내년도 예산은 ‘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 교체 지원 비용을 떠안게 된 경기도 내 시·군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25일 식약처가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에게 제출한 ‘마약 상호 업소명 현황’ 자료에 따르면 마약이란 말이 들어간 상호명을 사용 중인 음식점은 전국적으로 215곳이다. 이 중 도내 업소는 57곳(식품안전나라 데이터)에 달한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지자체장은 식품 영업자에게 마약류와 유사 표현을 사용하는 표시·광고를 하지 않도록 권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장은 표시나 광고를 변경하려는 영업자 등에게 국고 보조 또는 식품진흥기금을 통해 비용 지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는 교체 지원을 위한 국고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내년도 관련 사업을 위해 국비 약 3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편성하지 않았다.
이에 도내 시·군들은 자체 예산인 식품진흥기금을 투입해 교체 지원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식품진흥기금은 마약 관련 간판·광고 교체에만 사용되는 게 아니다”라며 “수입이 적은데도 다양한 지역사업에 활용하느라 기금이 거의 고갈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개인 사업자들의 간판 교체 비용까지 기금에서 사용하라는 건 부담스럽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식약처에서 권고(간판 200만 원·메뉴판 50만 원)한 수준에 맞춰 교체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장 업주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다. 안양에서 마약 상호가 들어간 음식점을 운영하는 A씨는 “200만 원은 간판을 교체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며 “주민들이 익숙해 하는 상호를 쉽게 바꾸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길거리 간판은 남녀노소 모두가 볼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며 “마약이 친숙하게 자리잡지 않도록 교체를 유도할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