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가족 비방글 의혹에 내홍 심화… 공천개입 의혹 수사

국민의힘이 ‘당원게시판’ 논란을 둘러싼 내부 갈등 속에 검찰이 명태균씨와 관련, 공천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하루 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한동훈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성격의 글을 썼다는 의혹을 놓고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이 27일 여의도 중앙당사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당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느냐 는 볼멘소리와 함께 집권여당으로서 모욕적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당내 인사들의 반응이다.

당장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모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1심 무죄 선고 이후 공개 충돌은 자제하는 모습이지만, 여진은 계속됐다.

안철수(성남 분당갑) 의원은 27일 한 방송에 출연해 한 대표가 가족명의 비방글 작성 의혹의 사실관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가래로 막을 것을 포클레인으로도 못 막는 참 불행한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익명성이 보장된 당원 게시판의 작성자 신원을 공개하는 건 법적인 문제가 있다’는 한 대표 측 주장에 대해 “(한 대표가) 잘 아는 사람이 (논란에) 관련돼 있다면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하고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친윤계인 강명구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사실관계를) 밝히면 그냥 끝날 문제”라며 “(해명 촉구는) ‘한동훈 죽이기’가 아니라 ‘한동훈 살리기’”라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친한계는 당원 게시판 논란을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강공 태세를 보이고 있고, 당 최고위원회 회의 참석자 범위 제한까지 거론되면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전 예상치 않은 김영선 전 의원과 명태균씨 관련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여의도 중앙당사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당이 난처한 입장이다. 국민의힘 등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 위치한 국민의힘 당사에 도착해 2022년 재·보궐선거 지역구 공천 관련 자료 확보를 시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당 사무처 관계자는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할 만한 사안이 아닌 거 같은데 요즘은 검찰이 수색을 시도하면 그냥 문을 열어줘야 하느냐”며 못마땅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료제출을 요청하는 것으로도 충분한 사안인데 당이 너무 무기력한 거 같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