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업체 화재… 관리 부주의 우려
“기기보다 외부연결로 분진 등 원인”
자격과정 누락, 점검 매뉴얼 불명확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어서 청소하고 있는데…더 자주 해야겠네요.”
27일 용인의 한 카페 직원 A(20대)씨는 원두 로스팅(커피 생두에 열을 가해 볶는 과정) 기계를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전날 부천의 한 로스팅 업체에서 원두를 볶던 도중 기계에 화재가 발생(11월26일 인터넷 보도)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로 경각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200℃가 넘는 고열에서 원두를 갓 볶아 커피를 만들어내는 로스팅 카페는 마니아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수원의 한 유명 로스팅 카페는 남다른 인기에 벌써 수원에만 5개의 점포를 확장했다. 직접 로스팅한 커피의 수요가 늘자 도내 카페들은 하나둘씩 로스팅 기기들을 직접 매장에 들여놓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리 부주의 속에서 로스팅 기계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부천 로스팅 업체 화재뿐 아니라 지난 7월엔 안산의 한 카페에서 로스팅 기계가 과열돼 불이 났고, 앞서 지난해 9월 용인의 한 커피 제조장 내 로스팅 기계에서도 불이 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관리 부실에 의한 화재 사고라고 지적한다. 송호열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는 “로스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는 건물 외부와 연결된 연통을 통해 배출되는데, 연통 내부에 원두 껍질 등 분진이 쌓이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로스팅 기기 자체에서 불이 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연통 청소만 제대로 해줘도 화재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주기적인 청소·점검 시기 등의 매뉴얼이 명확지 않아 관리 소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로스팅 관련 민간자격증을 발급하는 협회들 중에서도 일부는 로스팅 기계에 대한 관리 방법이 자격증 교육과정에서조차 누락돼 있는 경우도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로스팅 기계 관리는 사용량과 기계 규모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에 일정한 주기가 정해진 게 없고, 결국 개개인이 수시로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며 “최소 1주일에 한 번 이상은 연통 내부를 청소해주는 것이 좋은데, 매번 연통을 뜯어내고 청소하기가 쉽지 않아 이를 지킬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