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긴 또 다른 이야기 ‘B사이드’.

사진부 기자의 앨범 속 B컷 사진을 공개합니다.

지난 27일부터 쏟아져 겨울을 마중나온 첫눈은 그리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습니다. 이틀간 내린 눈으로 용인시의 적설량은 최대 47.5cm를 기록하는 등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11월 폭설’이 내렸는데요. 특히 경기 남부지역과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의 피해가 컸다고 합니다. 물기를 머금은 눈의 무게로 인해 비닐하우스와 각종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고, 도로에선 교통사고가 잇따랐으며 안타까운 인명 피해도 있었습니다.

폭설 이튿날인 28일에 경기도내 한 전통시장의 아케이드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현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사진을 촬영한 뒤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현장을 뒤로 하고 철수하려던 찰나, 시장 근처에서 한 여성이 할아버지의 손을 꼭 부여잡고 빙판길로 변한 거리를 함께 건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지팡이를 짚고 계셨던 할아버지를 위해 선뜻 손을 내어 준 따뜻한 마음씨가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거리는 온통 눈으로 얼어붙고 불경기 등으로 날씨도,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추워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보는 이 없어도 할아버지를 도와주는 시민을 보며 아직 세상 여기저기엔 따뜻함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