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내린 폭설로 피해 극심

 

열차 연착에 서현역 인파 한가득

오전 8시에야 ‘휴업’ 학부모 통보

“전날 눈 예보, 미리 공지 했어야”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28일 의왕시 도깨비시장의 아케이드 천장이 습설의 무게로 무너진 모습. 2024.11.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28일 의왕시 도깨비시장의 아케이드 천장이 습설의 무게로 무너진 모습. 2024.11.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경기·인천 지역에 내린 폭설로 수도권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출근길 직장인들은 대거 전철로 몰리며 출근대란이 현실화됐고, 각 지자체는 이틀째 도로 제설에 총력을 다했지만 민원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일 아침 갑작스런 학교 휴업 결정에 학부모들은 ‘멘붕’에 빠졌다.

“지옥철이 따로 없네요.”

28일 오전 8시께 성남시 분당구 수인분당선 서현역은 폭설로 지연된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역사 내에선 10분 간격으로 ‘열차 지연’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연착 여파로 제때 열차에 오르지 못한 시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서역으로 출근하는 이경선(52)씨는 “폭설로 지하철이 연착된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나왔는데도 사람이 너무 많아 당황했다”고 했다.

경인전철 1호선도 운행이 지연되긴 마찬가지였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고양시로 출근하는 임성진(38)씨는 “아침 일찍 주안역에 왔는데 열차 운행이 늦어진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 나왔다. 다른 방법이 없어 지하철을 탔는데 결국 지각했다”고 했다.

버스도 길이 꽁꽁 얼어붙은 까닭에 거북이 걸음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8시50분께 용인시 수지구 정평중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김유진(36)씨는 “회사에서 오후까지 출근하라고 했지만 이대로면 12시 도착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곳엔 평소 10여 대의 버스가 정차하지만, 이날 운행되는 버스는 4대뿐이었다. 이마저도 대기 시간이 40분이 넘는 경우도 있었다.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붕괴된 용인시 한 타이어 매장.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붕괴된 용인시 한 타이어 매장.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인력·장비 총동원에도 ‘역부족’

수원·용인 등 경기도 내 지자체들은 ‘예상 밖’ 적설량에 대응하느라 이틀 내내 진땀을 뺐다. ‘11월 폭설’이 현실화하면서 보다 높은 차원의 제설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원·용인시 등 도내 지자체들은 눈이 잦아든 이날 오후까지 시·구청 소속 공무원 등 가용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제설 작업에 나섰다. 수원은 시가 보유한 제설제의 20%인 2천여t을 이번 작업에 투입했다. 용인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보유량의 30%인 3천여t을, 평택은 보유량의 절반 가까이인 1천여t을 뿌렸다. 각 지자체는 제설작업을 마치는 대로 정확한 재고 물량을 집계하고 재난기금을 통해 제설제를 추가로 구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제설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적설량이 30㎝가 넘게 쌓인 수원, 평택 등 지자체는 140여명의 외부 인력과 장비까지 동원했다. 폭설 재난예방 매뉴얼대로 진행했지만, 압도적인 폭설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변화하는 재난상황에 맞춰 관련 지침 등을 개정할 방침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그동안 재난정보를 기상청 단일 통로로 의존했지만, 앞으로 시가 보유한 재난안전 CCTV를 통해 지역 맞춤형 대처가 가능하도록 지침을 수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폭설이 기후변화 등과 관련이 큰 만큼, 향후 지자체들은 기존 데이터 기반 매뉴얼 정도로 대비하면 안 된다”며 “소방의 화재대응처럼 제설 작업 역시 지자체간 지원 교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주저앉은 용인시 남사읍 화훼단지 내 비닐하우스.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용인시 최고적설량 47.5㎝ 등 이틀째 내린 폭설로 경기지역에는 각종 사고와 피해가 잇따랐다. 주저앉은 용인시 남사읍 화훼단지 내 비닐하우스. 2024.11.2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한 박자 늦은 통보에 혼란 가중

도내 학교 곳곳에서 이른 아침 휴업을 통보하는 사례가 나오자 학부모들 사이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초등학생 학부모 박모씨는 “오전 8시가 돼서야 학부모 알림 앱을 통해 휴업 사실을 알게 됐다”며 “아이를 달리 맡길 곳이 없어 급히 반차를 내고 아이를 근처 외가에 맡긴 뒤 다시 출근하고 있다”고 했다. 수원의 한 중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김모씨도 “전날 눈이 더 온다는 예보가 분명히 있었는데 미리 공지만 했어도 번거롭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정오 기준 도에서 휴업을 결정한 학교는 총 1천285곳(유치원 634, 초등학교 447, 중학교 108, 고등학교 95, 특수학교 1)이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께 ‘휴업을 적극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지만, 일각에선 전날 기록적 폭설이 내린 상황에서 공문 시행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에선 2개 유치원이 휴원했고 76개 학교가 등교시간을 조정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휴업은 학교장 권한인데다 경기도는 지역별 편차가 커 일괄 요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밤사이 급격히 상황이 나빠져 급하게 공문을 내려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지원·목은수·김태강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