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우마성당, 실제 촬영지는 답동성당
성당 요청으로 장소 정보 따로 공개하지 않아
인천 명소임을 알 수 없어 아쉽다는 목소리도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2’의 배경은 부산이다. 낮에는 사제로, 밤에는 정의를 구현하는 ‘벨라또’로 활동하는 김해일 신부가 마약 카르텔을 파헤치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해일 신부가 주인공인 만큼 이야기가 전개되는 주요 장소는 부산 신학교, 그리고 천주교 부산교구 우마성당이다. 이 두 곳은 영상에 담긴 아름다운 전경 덕분에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열혈사제2 촬영지’ ‘열혈사제 우마성당’ 등이 연관검색어로 뜰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교구 우마성당으로 소개된 성당은 알고 보면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교구 답동성당이다. 답동성당은 사적 제287호로, 개항기 인천의 역사를 담은 대표 근대 문화유산 중 하나다. 처음 성당이 건립된 1987년엔 뾰족한 첨탑이 특징인 고딕양식이었다가, 1937년 증축하면서 건물 외관의 붉은 벽돌과 아치, 둥근 돔이 특징인 로마네스크양식이 더해졌다.
답동성당과 그 일대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 중구가 추진한 ‘답동성당 관광자원화 사업’을 통해 시민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구는 총 31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답동성당을 가리고 있던 가톨릭회관을 철거하고, 상부 광장에 휴게 공간과 야간조명시설, 청동 조형물 등을 설치했다. 지하공간에는 211면 규모의 공영주차장, 신포국제시장과의 연결 통로를 조성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처럼 인천 대표 명소로 거듭난 답동성당이 매주 인기 드라마에 노출되고 있지만, 정작 시청자들은 우마성당이 답동성당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드라마 정보 어디에도 촬영지가 답동성당이라고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또 다른 주요 장소인 부산 신학교도 사실은 대구가톨릭대학교 유스티노캠퍼스(성유스티노신학교)인데, 드라마 한 회가 끝날 때마다 대구가톨릭대학교를 ‘장소 협조’ 명단에 표기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이는 “굳이 드라마 촬영지임을 알리고 싶지 않다”는 답동성당 측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번 촬영을 위해 인천시가 아닌 답동성당에 직접 협조를 구했다. 답동성당은 촬영은 허가하지만, 장소 협조 명단에 답동성당을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전달했다. 드라마가 천주교 관련 내용인 만큼 성당을 알리는 것은 좋지만, 천주교 성지가 지나치게 ‘이슈거리’가 되면 오히려 미사를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였다.
답동성당 관계자는 “드라마 촬영지라고 알리지 않아도 어떻게든 정보를 얻어서 성당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거나 구경하는 등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제 드라마 초반인 만큼 앞으로 더 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하지만 성당은 일반적인 공원이 아닌 천주교 성지인 만큼 되도록 정숙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단순하게 드라마 촬영지라고 해서 누구나 찾아와 미사 도중 문을 연다든가 시끄럽게 떠드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의 목소리는 있다. 답동성당은 인천 대표 명소인데, 별다른 촬영지 정보가 없어 드라마에선 부산 한 성당으로 묘사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또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한 만큼 더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면, 이들이 인근 다른 명소도 함께 들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우마성당의 실제 촬영지를 묻는 글과, 드라마를 보고 답동성당에 왔다가 신포국제시장에 가봤다는 경험담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평소 인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자 지역 주요 명소를 알리고, 영화·드라마 등 인천에서 촬영하는 콘텐츠는 제작비 등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드라마의 경우 답동성당이 사유지라서 인천시에 협조 요청이 오거나 인천시의 지원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쉬움이 남는 만큼 이를 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