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현 사회부 기자
조수현 사회부 기자

올겨울 첫눈은 불청객처럼 찾아와 여기저기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거리의 나무들은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꺾여 나동그라졌고, 철골 뼈대의 건물 지붕도 속절없이 주저앉았다.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집 앞에서 눈을 치우고 일터에서 작업을 하던 시민들이 쓰러진 가로수와 구조물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축산농가 지붕이 무너져 바닥에 깔린 소들이 죽거나 몇몇은 가까스로 구조되기도 했다.

11월에 내린 이번 폭설이 피해를 키운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습설’이다. 수증기를 많이 머금은 눈인 습설은 무게가 무겁고, 압축된 형태로 잘 쌓이는 특성이 있어 보통의 눈보다 붕괴 등 피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이런 습설이 반복해서 내릴 것이란 경고의 분석도 요 며칠사이 쏟아진다.

지자체들은 분주해졌다. 제설작업 등 폭설 대응에 애를 먹던 지자체들은 이번 폭설을 오답노트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가득 찼다. 몇몇 지자체장들은 전에 없던 습설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한편, 제설 역량을 최대치로 키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벌써부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각오가 사후 대응에 집중된 점은 못내 아쉽다. 지역 곳곳의 노후 주택은 물론, 비닐하우스 등 가설건축물에 대한 붕괴 점검책은 쉽사리 찾아볼 수 없다. 이번 폭설 여파로 50년 가까이 된 성남의 한 노후 주택은 붕괴됐으며 과천·시흥 등의 주거형 비닐하우스도 무너져 내렸다. 예고 없이 퍼붓고 사라진 첫눈이 하나 암시한 게 있다면 이러한 붕괴 취약시설에서 발생할 대형 피해에 대한 경고 아닐까.

정부·지자체가 재난대응 총량을 취약시설을 돌보는 데 일정 나누길 당부한다. 긴급이든 상설이든 형식을 따지지 않고 취약지에 대한 붕괴 예방시스템을 마련해 점검에 나서야 한다. 예방조차 어려운 시설일 경우 이곳 사람들의 새로운 거처를 찾아달라. 밤낮없이 무너질 걱정에서 시민들을 구출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다. 겨울은 이제 시작됐다.

/조수현 사회부 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