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8% 깎은 7억5천만원 편성

폐지 수순 비판에 “대응 사업 탓”

 

“예술격차 우려” 경남·전북은 증액

초·중·고교에서 예술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내년도 정부 예산이 대폭 삭감(9월24일자 7면 보도)된 데 이어, 경기도교육청도 관련 예산을 80% 가까이 줄여 편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두고 도교육청이 학교 예술교육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년만에 국고지원 반의 반… 위기의 '학교 예술강사'

2년만에 국고지원 반의 반… 위기의 '학교 예술강사'

일자리를 찾고 있다. 본업인 예술강사 수입이 한 달에 100만원도 되지 않아서다. 전공인 디자인과 연계된 공모사업이 열리면 거리를 따지지 않고 지원하는가 하면, 전공과 무관한 복지기관의 단기 일자리에도 이력서를 넣고 있다.하씨는 "예술강사 지원 예산이 줄면서 학교 수업량과 급여가 절반 이상 급감했다"며 "참여할 만한 사업엔 다 참여하고, 사업 장소가 여주든 인천이든 관계없이 이력서를 넣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할 수 있는 걸 다 해도 안정적이지 못한 일자리여서 늘 불안하고 혹시 본업을 잃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슬프다"고 토로했다.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정부예산이 대폭 깎이면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생계를 유지하던 도내 예술강사들이 이제 직업상실의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23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학교 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일선 학교에 예술강사를 파견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지원(학교예술강사 지원) 사업의 내년도 정부(국고) 예산에 80억7천700만원이 편성됐다. 올해 예산 287억3천여만원에 비해 71.9%가 줄어든 것이다. 이로써 지난해 605억4천200만원이던 관련 정부 예산은 2년 만에 80% 이상 대폭 삭감됐다.사업 주체인 문체부는 학교 관련 예산을 지방교육재정으로 이관하는 단계라며 이 같은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가는 예산이므로 시도교육청 예산으로 지속하는 게 맞다고 판단해 (감축)기조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국고 감소 탓에 사업은 이미 존폐 위기에 내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예산이 대폭 감소된 올해 사업에 참여한 강사(4천800여명·전국 기준)의 1년 수업시수 평균은 217시수로, 지난해(305시수)의 3분의 2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일감 축소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09970

1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최근 내년도 예술강사사업 예산에 7억5천200만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올해 35억2천만원이던 해당 예산을 27억6천800만원(78.6%)이나 깎은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도교육청의 예산을 절반씩 투입하는 이 사업에서 정부 예산이 대폭 줄어든 데 이어 도교육청 예산도 큰 폭으로 삭감·편성되자 해당 사업이 폐지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도교육청은 사업 주체인 정부가 예산을 줄인 것에 대응해 예산을 줄여서 편성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가 예산을 줄였기 때문에 대응 사업을 하는 도교육청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며 “예산을 줄여서 제출한 건 맞지만, 도의회 심의가 있기 때문에 (예산 규모는) 변동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정부 예산을 줄이지 않도록 여러 차례 요청한 바 있고, 학교 예술교육이 앞으로도 위축되지 않는 방향에 대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국의 다른 16개 시도교육청 중에선 예산을 동결하거나 되레 늘린 사례도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남·전북은 올해보다 내년도 예산을 늘렸고 강원·경북·부산 등은 동결했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정부처럼 교육청 예산을 줄여버리면 안 그래도 무용, 국악 등 예술교육을 받기 어려운 작은 학교의 학생들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성석주 학비노조 예술강사분과장은 “교과과정이 아닌 학교 밖에서 예술교육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결국 넉넉한 가정의 아이들만 예술교육을 받게 되는 ‘예술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며 “도교육청이 대응 사업을 핑계로 예술교육을 포기한 것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