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안부법폐지단체 대표 판결

서울·안산 등 마스크·비닐 씌워

보호·관리 조례 제정 무게 실려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지난 3월 이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단체가 ‘소녀상 철거 시위’를 진행하며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했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24.11.1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모습. 지난 3월 이곳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단체가 ‘소녀상 철거 시위’를 진행하며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했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2024.11.1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11월4일자 7면 보도)되는 가운데, 소녀상을 폄훼하며 전국 각지에서 철거 집회를 열어온 단체의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면서 관련법 제정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지자체가 소녀상을 보호·지원하는 조례를 통해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강영기 판사는 경범죄처벌법 위반(광고물 무단 부착)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에게 최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 3~4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은평평화공원 내 소녀상 얼굴에 ‘철거’라는 단어가 적힌 마스크와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우고, 위안부 피해자를 부정·폄훼하는 내용의 팸플릿을 비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월에는 안산시청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도 철거 단어가 적힌 마스크를 씌웠고, 지난 3월에는 수원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아픈 역사처럼… 갖은 모욕·희롱에도 지켜주지 못하는 소녀상

아픈 역사처럼… 갖은 모욕·희롱에도 지켜주지 못하는 소녀상

나온다.3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154개다. 경기도에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36개가 설치돼 있다.소녀상은 민간단체에서 자발적 모금을 통해 설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관리 주체는 지자체인 경우가 더 많다. 민간단체가 소녀상을 설치한 후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지자체가 이를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 중 민간단체가 설치한 소녀상은 135개에 달하지만, 관리하는 소녀상은 44개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설치한 소녀상이 10개인데 반해 관리하는 소녀상이 97개인 것과 대비된다. 소녀상을 공공조형물로 지정한 일부 지자체는 소녀상 주변에 CCTV를 설치하는 등 훼손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물리적 훼손이 아닌 모욕·희롱 등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이 때문에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실제 지난달 한 미국인 유튜버는 서울시 용산구에 있는 소녀상에 입맞춤하는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해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지만, 이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수원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부정하는 한 단체가 소녀상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급기야 소녀상에 '위안부 사기'라고 쓰인 어깨띠를 부착하는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2월에도 안산시청 앞 소녀상에 빨간색 글씨로 '철거'가 적혀있는 마스크를 소녀상에 씌우는 등 반복적으로 이 같은 행위를 이어오고 있다.수원 소녀상 앞에서 수요문화제를 열고 있는 수원평화나비 이주현 상임대표는 "해당 단체는 소녀상을 훼손하지 않고 모욕적인 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6126

이 같은 행위가 벌금 10만 원에 그치자,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을 진 미지수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소녀상을 보호·관리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도내 소녀상이 설치된 28개 시·군 중 조례로 보호·관리 책임을 명시한 곳은 하남·오산·양평 등 3곳에 그친다.

이주현 수원 평화나비 상임대표는 “(벌금 10만 원 선고는)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낮게 평가한 것”이라며 “국회와 지자체는 관련 법령에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행위를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