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위안부법폐지단체 대표 판결
서울·안산 등 마스크·비닐 씌워
보호·관리 조례 제정 무게 실려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11월4일자 7면 보도)되는 가운데, 소녀상을 폄훼하며 전국 각지에서 철거 집회를 열어온 단체의 처벌이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면서 관련법 제정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지자체가 소녀상을 보호·지원하는 조례를 통해 최소한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9단독 강영기 판사는 경범죄처벌법 위반(광고물 무단 부착) 혐의를 받는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에게 최근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김 대표는 지난 3~4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은평평화공원 내 소녀상 얼굴에 ‘철거’라는 단어가 적힌 마스크와 검은색 비닐봉지를 씌우고, 위안부 피해자를 부정·폄훼하는 내용의 팸플릿을 비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월에는 안산시청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도 철거 단어가 적힌 마스크를 씌웠고, 지난 3월에는 수원 올림픽공원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 같은 행위가 벌금 10만 원에 그치자, 소녀상을 모욕·희롱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에는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 위안부 피해자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모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내용이 담긴 ‘위안부피해자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상임위 문턱을 넘을 진 미지수다.
이에 지자체 차원에서 역사적 상징성을 고려해 소녀상을 보호·관리하는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도내 소녀상이 설치된 28개 시·군 중 조례로 보호·관리 책임을 명시한 곳은 하남·오산·양평 등 3곳에 그친다.
이주현 수원 평화나비 상임대표는 “(벌금 10만 원 선고는) 평화의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낮게 평가한 것”이라며 “국회와 지자체는 관련 법령에 일본군 위안부를 부정하고 폄훼하는 행위를 더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강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