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기본계획 수립 공청회
대중교통·차량 인프라 열악 불구
참석자들, 현위치 증축 선호 의견
“1902년 최초 출국지 역사성 중요”

인천시가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을 앞두고 시민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열었다.
박물관 확대 개편 방안 중 하나인 ‘송도국제도시 이전’을 원하는 목소리는 이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인천시는 지난달 29일 한중문화관에서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실시한 ‘한국이민사박물관 확대 개편 계획안’ 연구 결과를 중간보고하고, 참여자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중구 북성동(월미도)에 있는 박물관 건물을 증축하는 ‘1안’, 인천 송도국제도시 있는 인천도시역사관 건물을 증축해 그곳에 박물관을 이전하는 ‘2안’ 등 두 방안의 사업 적합성과 예산 등을 분석한 결과가 소개됐다. 그 결과 1안은 역사적 상징성, 연계 가능한 문화시설과 자연환경 등 장점이 있지만 대중교통·차량 인프라가 열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2안은 우수한 접근성이나 재외동포청과의 연계성 등이 강점이지만, 한국이민사박물관으로서의 상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됐다. 사업비는 1안이 253억5천여만원, 2안이 360억3천여만원으로 추산됐다.
앞서 일각에서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의 송도 이전을 두고 지역사회의 반발을 예상(11월 8일자 1면 보도)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민자는 1902년 12월 제물포(인천항)를 떠나 하와이에 정착한 이들로, 한국이민사박물관이 중구에 들어선 의미와 상징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공청회에서 발언한 참석자들은 모두 ‘1안’을 원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날 인천문화관광해설사협회 김미향 회장은 “현재 66명의 해설사가 월미바다열차를 타고 오가며 한국이민사박물관에서 해설하고 있는데, 이민자들의 여행 필수 코스인 만큼 확대 개편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이민사의 뿌리는 이곳이다. 인천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의미에서라도 송도로 옮기기보다는 지금의 박물관을 증축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다.

중구 주민 이유의(75·송림동)씨는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송도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처음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하와이 이민자들을 비롯해 재외동포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새롭고 화려한 신도시보다는 그들의 조상이 당시 살았던 환경을 더 보고 싶어 할 것이다. 한국이민사박물관을 통해 이 지역의 역사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외동포청 문화자문위원이자 인천 출신 재외동포이기도 한 고서숙 고성문화재단 이사장은 공청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서면으로 의견을 보내왔다. 고 이사장은 “한국이민사박물관 확장은 대찬성이지만 다른 공간으로의 전면적인 이전은 반대한다”고 했다. 또 “미국, 독일, 브라질 등 해외 이민사박물관들만 봐도 위치 선정의 공통점은 역사성과 장소성”이라며 “20여 년 전 수많은 전문가와 함께 박물관 위치를 고민했던 당사자로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1902년 최초의 이민자들이 출발한 제물포 포구에 있어야 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립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내부 논의를 거쳐 내년 초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