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딛고 ‘취업 성공기’ 고용장관상 받은 정인선씨
대한상의 ‘사례 공모전’ 수상
사무직 열망 ‘컴 자격증’ 취득
경인자립센터서 상담사 근무
“장애를 가진 많은 이들이 장애를 이유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시험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1~2학년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자격증에 속한다. 어학능력시험과 인턴 경력, 유학 등 시간이 오래 걸리는 스펙을 쌓기 전에 먼저 취득해야 할 ‘기본 스펙’으로 여겨진지 오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얻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장벽’이기도 하다. 10번 도전 끝에 자격증을 취득한 정인선(27)씨 이야기다.
정씨는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국가자격증 활용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았다.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중증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정씨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취득을 위해 10차례 도전한 끝에 2020년 2급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10번의 도전기를 담은 정씨 수기는 대한상의 공모전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
정씨가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암기였다. 엑셀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다루는 함수 용어를 외워도 금방 잊어버리거나 헷갈려 필기시험에서 수차례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며 “시험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계속 도전하는 게 의미가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도전하게끔 만든 사람은 정씨 어머니였다. 정씨는 “어머니가 항상 10번 찍어 안 쓰러지는 나무 없는데, 너도 끝까지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남들보다 언어발달이 늦어 어렸을 때부터 언어치료를 받았는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함께하며 응원해 준 어머니의 힘이 컸다”고 했다.
정씨가 자격증 하나를 두고 9전 10기에 도전한 이유는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픈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 생산직, 건설현장 경리직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모두 계약직이었던 탓에 근무 기간이 끝나면 다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일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는 “건설업에서 일할 때는 1년에 한 번씩 계약했는데 현장 공사가 끝나면 갈 곳이 없어서 걱정이 많았다”며 “성인이 되고 나서 항상 사무직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 공부를 했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 9월 인천 계양구에 위치한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취업했다. 이곳에서 장애인들의 심리 상담과 각종 활동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동료 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고립된 이들을 직접 만나 상담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한 걸음 더 도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이 즐겁다고 한다.
수상 소감을 묻자 정씨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이어 “성인이 되고 나서 항상 미래가 어둡고 막막하게 느껴질 때면, 언젠가 반드시 행운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많은 장애인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