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DEAD MAN’ 시리즈

 

5기 입주작가, 특정 시대 대가 회화작업 창작 시발점

‘꽃 정물’ 20여점 올해 LA 아트페어 2시간만에 완판

구글 이미지 포토숍 재배열 “시공간 초월, 알아봐줘”

김성윤 作 좀비가 되고 있는 안무가, 2014, 캔버스에 오일, 210 x 155cm. /갤러리현대 제공
김성윤 作 좀비가 되고 있는 안무가, 2014, 캔버스에 오일, 210 x 155cm. /갤러리현대 제공

지난 2월29일부터 나흘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LA’에서 갤러리현대가 단독 부스로 선보인 김성윤 작가의 꽃 정물 ‘Arrangement’ 시리즈 20여 점이 행사 시작 2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이례적이었다. 만 39세의 김성윤은 동시대가 주목하는 화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김성윤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5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2014년, 그가 그린 것은 화사한 꽃 정물이 아닌 ‘죽은 자들’(좀비)이었다. 그해 9월30일부터 10월31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개최된 김성윤의 개인전 ‘DEAD MAN’에 나온 작품들이다.

김성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 전부터 개인전 ‘AUTHENTIC’(2011·16번지)과 ‘Athlete’(2012·스페이스 캔) 등에서 보여준 회화성과 독창성으로 주목받았다. 이 시기 그는 19세기 부유층의 초상화를 제작한 인물화가 존 싱어 사전트(1856~1925)의 기법을 활용해 근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인물화를 그렸다. 복장과 소도구 등을 직접 제작해 모델에게 착용시키고 사진을 촬영한 후 그려냈다. ‘19세기 부유층의 초상화가를 그렸던 사전트가 유사한 시기 근대 올림픽 선수를 그렸다면?’이란 상상력에서 출발해 김성윤 특유의 방법론을 찾은 것이다.

2014년 ‘DEAD MAN’에선 자신이 주목받은 그 기법과 작별·단절을 선언한다. 작가는 좀비 묵시록이란 설정으로 사전트를 비롯한 존경하는 화가들을 좀비로 그리거나 다른 회화 작품을 자신의 작업으로 끌어들인다. ‘DEAD MAN’ 시리즈 가운데 ‘좀비가 되고 있는 안무가’라는 제목의 작품은 인천아트플랫폼과 인연이 있다. 같은 시기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입주작가였던 김성용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11월5일자 15면 보도)이 그림의 모델이다.

'몸짓을 낳는 몸짓'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눈을 뜨다 [ART-플랫폼, 인천·(8)]

'몸짓을 낳는 몸짓' 그들이 말하는 이야기에 눈을 뜨다 [ART-플랫폼, 인천·(8)]

코 카키자키)이 '폭력'이란 주제를 갖고 몸으로, 움직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걸 표현해낸 현대무용 작품 '린치'(LYNCH). 무용수들은 둘이었다가 하나가 됐다가 다시 둘이 되고, 유연한 신체를 놀랍도록 구부렸다가 폈다가도 한다.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폭력과 그 폭력의 전이에 노출된 '나'와 '집단'과 '당신'의 욕망을 몸으로, 움직임으로 이야기한다.이 작품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5·6·7기) 입주작가로 활동한 안무가 김성용이 2015년 11월 인천아트플랫폼 쇼케이스로 첫선을 보였다. 3년 동안의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거친 김성용은 2017년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가로 발탁돼 2022년 임기를 마쳤고, 지난해 9월 국립현대무용단 단장 겸 예술감독에 취임했다.한국을 대표하는 안무가가 된 그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인 '린치'를 통해 비로소 작가로 인정받게 됐던 것 같다고 했다. '린치'는 김성용 단장의 폭력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었다."두 사람이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감정이 될 수도 있고 하나의 인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들의 움직임이 어떻게 나오는지 굉장히 실험을 많이 해봤던 작품입니다.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들과 함께 저의 내면에 더 집중하고 제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갈 수 있었던 작품입니다. '이 사람은 작품을 잘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 하고 인정을 받은 작품인 것 같습니다."'린치'는 서울에서 수차례 공연됐고, 일본, 베트남, 엘살바도르 등지에서 해외 관객들도 만났다. '린치'는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탄생했다. 김 단장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무용가들이 자기 연습실을 갖기 쉽지 않은데,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가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6225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서른 살은 많은 작가들이 작가 생활을 이어갈지 포기할지 기로에 선 시기입니다. 저도 비슷한 불안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데, 논리적 개연성이나 서사 흐름이 없는 묵시록과 맥이 닿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묵시록 자체가 세상의 결핍이라고 느끼는 주체들의 상상적 대안으로, 다시 도래할 세계를 희망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좀비 묵시록이지만, 부정적이거나 염세적이기보단 위트가 있고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의미를 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김성용 안무가에게 좀비가 취할 것 같은 동작을 부탁하고, 사진을 많이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걸 바탕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김성윤 作 Flowers in the Neo-White Porcelain Jar with Dragon and Clouds Design in Underglaze Cobalt Blue + Gems, 2024, 리넨에 오일, 193.9 x 112.1cm. /갤러리현대 제공
김성윤 作 Flowers in the Neo-White Porcelain Jar with Dragon and Clouds Design in Underglaze Cobalt Blue + Gems, 2024, 리넨에 오일, 193.9 x 112.1cm. /갤러리현대 제공

이후 김성윤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Arrangement’ 시리즈가 탄생했다. 이번에도 미술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특정 시대 대가의 회화 작업을 작가의 창작 시발점으로 삼았다. 네덜란드 작가 얀 브뤼헐(1568~1625)과 얀 반 허이섬(1682~1749)은 개화 시기와 피는 장소가 다른 꽃들을 한 화면에 담아 시공간을 초월한 화려함과 풍성함을 표현했다. 김성윤은 구글에서 찾은 이미지를 포토숍 프로그램으로 재배열해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그의 꽃병에 꽂은 꽃들은 실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등장할 수 없는 것들이란 얘기다. 그림 속 꽃병은 유의정 작가의 도자 작품이다. 작가가 사용한 파스타 소스 병이 상품처럼 포장된 액자 속 꽃병이 되기도 한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가 말년에 병상에서 제작한 꽃 그림과 동일한 꽃을 직접 꽂아 그리기도 했다. 작가는 “해외에 작품을 가져갔을 때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더 잘 읽어주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