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보호관회의 권고 수용키로

침대형 휠체어 기준 마련 전까지

119 이용 소방본부 협력 등 검토

사진은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차고지에 주차돼 있는 장애인 콜택시. /경인일보DB
사진은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경기장 차고지에 주차돼 있는 장애인 콜택시. /경인일보DB

인천시가 병상에 누워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을 위한 이동권 보장책을 마련하라는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했다. 장애인 콜택시 등 공공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었던 와상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개선될지 주목된다.

■ 차별받은 와상 장애인 이동권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을 지체 장애인, 뇌병변 장애인, 지적 장애인 등 총 15개로 분류한다. 하지만 전적으로 모든 움직임을 타인에 의존해야 하는 와상 장애인을 규정한 조항은 따로 없다.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이들의 이동권은 다른 장애인보다 열악하다. 지하철과 버스는 물론이고 장애인 콜택시도 타지 못해 매번 비싼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 교통수단에 휠체어를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을 위한 탑승 설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며 관련 법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해 얻은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29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스스로 앉기 어렵고 독립적으로 앉은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는 교통약자를 위해 특별 교통수단에 안전 기준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도 지난 10월 말 와상 장애인의 이동권이 침해받고 있다며 인천시에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특히 “(특별 교통수단에) 침대형 휠체어에 대한 안전 기준이 마련되기 전까지 사설 구급차 이송 서비스를 지원하라”며 “병원 진료 시에는 119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강조했다.

"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인천 인권보호관회의 대책 권고

결정했다. 인권 침해나 차별 행위 사건을 바로잡기 위해 '인천시 시민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에 따라 만들어진 이 단체에는 변호사, 연구단체·인권단체 관계자 등이 활동 중이다.시민단체 한국인권진흥원은 지난 7월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에 "인천시 거주 와상 장애인들이 이동권과 의료 접근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인천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등이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 콜택시가 있지만, 와상 장애인을 위한 공공 교통수단은 없다. (7월25일자 8면 보도='와상 장애인 이동권' 인천시에 구제 신청)이를 두고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인천에 거주하는 와상 장애인은 침대형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장애인 콜택시가 없어 사설 구급차를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교통비의 약 30%를 지원받았으나 올해부터는 전액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며 "인천시는 2019년부터 시행된 울산시의 사설 구급차를 활용한 와상 장애인 지원 사례를 적극 검토해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인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시정 권고 통지를 받은 지 2주 이내에 조치계획을 세우고, 2개월 이내에 시정해야 한다. 인권보호관회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으나, 인천시는 그동안 권고 사항을 대부분 수용했다. 다만 2022년에는 인천대공원사업소가 민간의 인천퀴어문화축제 개최 장소 사용을 불허했다가 인권보호관회의로부터 시정 권고를 받았는데, 불수용했다.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 한 위원은 "다른 지자체에서 와상 장애인 이동권 정책을 수립한 사례가 있는
https://www.kyeongin.com/article/1715863

■ 인천시, 사설 구급차 비용 지원 등 정책 마련 추진

인천시는 인권보호관회의 권고를 수용해 조만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와상 장애인이 이용하는 사설 구급차 비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또 의료기관 방문 시 119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인천소방본부와 협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은 의료기관 접근 보장을 위해 특별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구급차 등의 이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정책 시행 시기나 지원 대상 등 구체적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인천시 택시운수과 관계자는 “지원 대상, 정책 시행 시기 등을 구체화하기 위해 장애인복지과, 건강증진과 등 관련 부서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와상 장애인들을 돕고 있는 시민단체 한국인권진흥원 이재원 원장은 “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책을 마련하려는 광역자치단체 중 인천시가 가장 적극적인 편”이라며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에 관련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