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세워 번갈아 계약했나
남편업체 前 직원이 독립해 개업
비교견적에 서로 상대 회사 적어
의심 정황에도 “관련 없다” 부인
경기도새마을회가 현직 상근직원의 남편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수의계약을 반복해 논란이 된 가운데, 이 업체 외에 수의계약을 수차례 체결한 또 다른 업체 역시 해당 직원의 남편과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일 도새마을회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직 상근직원의 남편이자 대행업체 대표 A씨 외에도 반복해서 수의계약을 맺은 업체가 한 곳 더 있다. 이 업체의 대표 30대 여성 B씨는 과거 A씨의 회사에서 사진 촬영 업무를 맡았던 직원이었으나, 2년 전 독립해 신규 업체를 차렸다.
A·B씨의 두 업체는 과거 도새마을회 수의계약 당시 자주 엮인 정황이 포착됐다. B씨 업체는 지난 2022년 설립된 신생업체임에도 같은 해 곧바로 도새마을회와 3천700만원 상당의 행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도새마을회에 B씨가 제출한 비교견적서(타 업체의 단가·수량 등을 비교할 수 있도록 견적을 정리한 문서)를 보면 A씨의 업체명이 적혀 있다. 반대로 A씨가 입찰한 용역 계약의 비교견적서에는 B씨의 업체명이 기록돼 있다. 두 업체가 서로 비교견적서를 공유하며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두 업체의 수상한 관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A씨가 의정부시 새마을지회에 제출한 비교견적서에서 B씨의 업체라고 적힌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A씨의 업체로 연결된다. 또 B씨의 휴대전화로 등록된 카카오톡 상의 프로필 사진에는 A씨의 업체 로고가 버젓이 떠 있다. 이 같은 정황 등으로 인해 두 회사가 사실상 한 몸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B씨 업체는 A씨 업체처럼 여러 계약을 체결하진 않았지만, 비교적 금액이 큰 계약을 주로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2건(9천만 원 상당)에 이어 올해도 2건(8천300만 원 상당)을 수주했다. 도새마을회는 지방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2천만 원 이상의 계약은 2인 이상의 견적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B씨는 여성 대표이기 때문에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상 5천만 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도새마을회 회계 처리를 지적한 도의회 강웅철(국민의힘·용인8) 의원은 “두 업체가 서로 비교견적서를 써준 상황만 봐도 의심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도비 보조금을 받는 단체가 이렇게 대담한 일을 벌인 게 놀라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A씨는 “B씨 업체는 우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B씨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