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 사람마다 강도·양상 달라… 엄살로 생각하면 안돼

 

궁내막증 등 질병 동반도 흔해 건강 직결

가임연령 전체서 발생… 주변 이해 필요

한우석 화홍병원 산부인과 과장
한우석 화홍병원 산부인과 과장

중학교 딸과 엄마의 대화이다.

“엄마, 곧 시험 기간인데 생리통 때문에 아파서 공부를 못하겠어!”

“딸! 공부하기 싫으니까 핑계대지마! 왜 시험기간 때만 되면 생리통 타령이야!”

사회 초년생과 대리의 대화이다.

“대리님, 오늘 회식인데 제가 생리가 터져서 오늘 참석하기 힘들 것 같아요. 양도 많고 생리 전 증후군으로 웃고 떠들 분위기가 아니에요.”

“회식 가기 싫으면 싫다고 해요. 어디서 핑계야!”

한 부부의 대화이다.

“여보. 나 오늘 생리통이 심해서 애들 학원 픽업이 어려운데 오늘만 대신해 주면 안돼요?”

“애 낳은 지 10년이 넘은 40대 아줌마가 무슨 생리통 타령이야. 나 오늘 약속 있으니 알아서 해요!”

위의 상황들은 주변에서 흔히 듣거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장면이다. 이처럼 우리는 생리(월경) 관련 증상 호소를 단순히 핑계나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고 무시한다.

생리(정확한 의학용어로는 ‘월경’이라고 합니다)의 의학적 정의는 “주기적으로 자궁내막의 혈액과 점막조직이 질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말하며 이는 사춘기의 시작 또는 성적으로 여성으로 성숙하는 것을 의미한다.

생리(월경)는 여성의 건강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러나 생리와 관련된 증상을 단순히 핑계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편견은 여성들의 건강 문제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

생리통은 사람마다 강도와 양상이 다르다. 심한 생리통은 호르몬 불균형이나 질염, 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식증 등의 질병이 동반된 경우가 흔하여 단순히 ‘엄살’로 치부하기에는 그 결과가 좋지 않다.

생리량의 과한 증가나 감소 역시 호르몬 불균형이나 조기 폐경, 임신,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선근증, 자궁내 용종, 지나친 다이어트, 비만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생리 전 증후군 또한 단순히 내가 예민해서가 아닌 호르몬 이상이 증상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리통이나 불규칙한 생리주기나 생리량은 사춘기가 지난 가임기 여성 전체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출산을 마쳤다고 해서, 성관계 경험이 없다고 해서, 곧 갱년기를 앞둔 나이라고 해서, 산부인과 진료가 불편하고 무섭다고 해서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사회적으로도 생리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의 짜증, 직원의 핑계, 엄마의 게으름으로 생리 증상을 오해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생리로 인한 불편함은 개인의 건강과 일상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며, 이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생리(월경)로 인한 증상이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꼭 산부인과 진료를 보실 것을 추천드린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