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짜내 8147점 ‘쏙’
통산 571경기… 정선민 기록 뛰어넘어
팀 해체·예상못한 이적·부상 파란만장
“레전드 언니들과 코트 누빈 게 자부심”

“‘제 스스로 고생 많이 했다’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지난 2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경기 시작 25초 만에 득점에 성공하며 WKBL 통산 8천147점의 대기록을 달성한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37)의 소감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천139점을 넣었던 김정은은 통산 571번째 경기에서 역대 최다 득점자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의 8천140점이었다.
김정은은 “참 오래 걸렸다”며 소감을 건넨 뒤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고, 별로 만족도 못 하는 스타일인데, 경기 뒤 씻으면서 ‘김정은, 참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정은은 7천점에서 8천점으로 향하는 길목이 가장 애틋했다고 했다. 그는 “영혼까지 짜낸 느낌”이라면서 “워낙 부상 이슈가 많았다. 병원에서도 더 못 뛴다고 해서 좌절도 했지만, ‘이것만 하면 은퇴해야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의 오른쪽 무릎은 늘 두꺼운 테이핑으로 감겨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잘 버텨왔다. 그게 WKBL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밑바탕이 됐다. 그는 “팀 해체도 겪어봤고, 하나은행 프랜차이즈였다가 쫓겨나듯 (우리은행으로 이적도) 해봤고, 부상도 워낙 많았다. 파란만장한 농구 인생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농구에 대한 사랑이 고난과 역경을 버텨낸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농구 때문에 정말 괴로웠다.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며 스스로 힘들어했는데,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게 농구에 진심이었고, 사랑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8점을 기록하며 통산 8천147점을 쌓은 김정은은 역대 최초 1만득점에 도전할 것인지에 대해 “아니요”라고 답했다.
김정은은 “MVP와 우승이 아닌 정선민, 전주원, 박정은, 변연하 등 레전드들과 함께 코트를 누빈 게 가장 큰 자부심이었다”고 했다. 그는 “그때 농구를 정말 잘하는 언니들, 기라성같은 선배 밑에서 농구를 했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한 선수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대표팀에 가면 언니들의 모든 걸 배우고 닮고 싶었다. 정말 좋은 영향을 준 언니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니들 덕분에 나도 좋은 환경에서 농구하고 대우를 받았다는 걸 나이가 드니 깨닫기 시작했다”며 “후배 선수들도 윗대에서 다져 놓은 걸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06년 하나은행의 전신 신세계 쿨캣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 김정은은 2017~2018시즌 우리은행으로 이적하기 전까지 5천787점을 기록했고, 이후 우리은행에서 6시즌 동안 2천14점을 넣었다. 지난 시즌부터 친정 하나은행으로 돌아와 맏언니로 팀을 이끌며 이날 경기 전까지 338점을 추가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