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서울 국회 후문에서 경찰과 국회 내부로 진입하려는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4일 새벽 서울 국회 후문에서 경찰과 국회 내부로 진입하려는 시민들이 대치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 제64조에서 계엄에 관해 처음으로 규정했다. 건국헌법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고 간단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1949년 11월24일 법률 제69호로 계엄법이 제정됐다.

앞서 1948년 제주 4·3사건과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여수·순천 반란 사건에 대응하고자 계엄이 선포됐는데, 당시 계엄법이 없었으므로 일본의 계엄령을 준용했다.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대 교수가 ‘법학논문집 제30집 제2호’에 쓴 ‘전시 계엄법제의 합리적 운용에 관한 고찰’에 따르면, 1949년 제정된 계엄법은 일본의 계엄령을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 계엄령은 군국주의 시대인 1889년 메이지헌법이 제정되면서 이 헌법 제14조에 “천황은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계엄의 요건과 효력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이 계엄령은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할 때까지 시행됐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 시민이 비상계엄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2024.1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 시민이 비상계엄 반대를 요구하고 있다. 2024.1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일본의 계엄령은 1791년 제정된 프랑스 계엄법을 인용한 것이다. 당시 프랑스의 계엄법은 심각한 긴급사태를 ‘포위상태’로, 정도가 심하지 않은 긴급사태를 ‘전투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일본의 계엄령은 이를 모방해 ‘합위지경’과 ‘임전지경’으로 번역했다. 합위지경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령관이 모든 지방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하는 권한을 가졌고, 임전지경 계엄은 지방행정사무와 사법사무 가운데 군사에 관한 사건에 한해 계엄사령관이 관장했다.

1949년 제정된 한국의 계엄법은 일본의 합위지경을 ‘비상계엄’으로, 임전지경 계엄을 ‘경비계엄’으로 번역해 그 내용을 그대로 담았다. 한국의 계엄법은 제11조에서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 내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했으며, 제10조에서 “경비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 내 군사에 관한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고 규정했다. 이인호 교수는 이 내용이 1981년 전문 개정된 계엄법 제7조에 그대로 옮겨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문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법학논총 제47집’에 실은 논문 ‘계엄에 관한 연구’에서 “계엄은 극복하기 위한 안전장치로서 순기능을 해야함에도 과거 군부 독재세력의 권력 찬탈이나 권력 유지를 위한 방편으로 악용되기도 했고, 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 악용됐던 불행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계엄 제도에 대해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