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비상계엄 선포에 시민들까지 국회 앞 모여

계엄군 국회 진입 과정서 보좌진 등과 충돌

“본회의장 사수하라! 계엄해제 하라!”

2024년이라 믿기 어려운 함성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울러 퍼졌다.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여야 정치인과 보좌진, 기자, 시민들까지 국회 앞으로 모여 들었다.

국회 정문을 가로 막고 있는 경찰들을 뚫고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기 위해 담을 넘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길을 지나던 시민들은 물론 국회에서 10여년 넘게 일해온 보좌진들까지도 도심을 낮게 나는 헬기 소리와 경찰과의 대치 상황을 보며 탄식을 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해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계엄해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국회 본청 앞은 더 아수라장이었다. 국회 상공엔 군 헬기가 여러 대 나타났고, 특전사 소속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헬기에서 내려 국회 본청을 향했다. 계엄군들이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자 민주당 일부 의원과 보좌진들이 온 몸으로 막으면서 고성과 비명이 이어졌다. 계엄군 일부는 진입로가 막히자 유리창을 꺠고 본청으로 진입하려고도 했다.

국회 본청 입구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무장한 계엄군들과 대치하는 사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이들도 발생했다. 계엄군들은 국회의원들의 본회의에서 국회 의결을 막기 위해 본청으로 진입하려는 의원들을 체포하려는 듯 거칠게 대치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한 4일 새벽 군 병력이 국회에서 이동하고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격전장이 된 국회로 의원들이 모여든 것은 헌법 77조에 따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을 해제를 요구할 경우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국회로 집결하라는 비상 소집령에 계엄령 반대 입장을 보인 의원들은 4일 오전 1시 190명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해 가결시켰다.

우 의장은 이날 오전 1시2분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됐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선포했다. 공식 선포가 이뤄지자 여야 의원들과 본회의장 로텐터홀에 모여 있던 보좌진들은 “민주주의 승리” “이겼다”며 환호했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되자 계엄군은 국회 경내에서 철수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는 2시간 30여분만에 종료됐다.

/오수진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