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강서 혼자 2승… ‘중국 킬러’ 본색
아버지 유남규 영향 청명초 1학년때 입문
간결한 스텝으로 한박자 빠른 백핸드 구사
“상비군 먼저” 이번달 단식 4강 이상 목표

한국 여자 탁구 기대주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은 ‘중국 킬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중국은 탁구 종목에 있어 세계 최강으로 꼽히고 있지만, 자그마한 체구의 유예린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유예린은 최근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끝난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U-19) 여자 단체전에서 대회 출전 사상 첫 우승 쾌거를 이뤘다.
특히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유남규(56) 한국거래소 감독의 외동딸로 이번 대회에서도 주목받았다.
유예린은 세계청소년선수권 U-19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따내는 데 기여했다. 세계청소년 U-19 여자 단체전 우승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이 대회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유예린은 중국과의 4강전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중국전 1단식과 마지막 5단식에서 모두 승리하며 혼자 2승을 책임지는 등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유예린이 첫 단식에서 마주한 친위시안은 중국 여자대표팀의 1.5진급 선수로 국내 성인 선수들도 어려운 상대다. 앞선 상대 전적에서도 친위시안에 2전 무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유예린은 중국전 승리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좋은 약이 됐다. 그는 “‘얼른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가서 쉬어야겠다’고 편하게 생각했던 게 좋은 경기력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유예린은 1단식에서 친위시안에게 첫 세트를 7-11로 내줬지만,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세트를 11-8로 이긴 뒤 결국 3-2 역전승을 거뒀다. 게임 스코어 2-2에서 최종 5단식에서 맞선 종게만과도 5~6번 싸워 모두 0-3으로 졌던 선수였지만, 유예린은 자신을 믿고 경기에 임한 끝에 3-1 승리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유예린은 처음에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 공부를 했지만, 운동신경과 재능이 뛰어나 아버지 유 감독의 영향으로 수원 청명초 1학년 때 탁구에 입문했다.(2021년 1월12일자 16면 보도)
당시 유 감독은 “아내의 반대로 처음에는 예린이가 어릴 적부터 디자인 공부를 했다”면서 “하지만 예린이가 스포츠를 좋아하고 운동 신경이 뛰어난 것을 발견했다. 아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 탁구 라켓을 잡게 했다”고 전했다.
유예린은 축구를 통해 스포츠를 시작했지만, 유 감독은 어느 날 고무줄에 탁구공을 매달아 움직이게 했고 유예린이 탁구라켓으로 공을 잘 맞히자 탁구를 권유했다.
유예린의 장점은 스텝 감각이 좋다는 것이다. 탁구는 상체보다 하체의 움직임이 중요한데 유예린의 경우 하체 스텝이 빠르고 간결하다. 오른쪽 셰이크핸드형인 유예린은 하체 균형으로 한 박자 빠른 백핸드 스트로크를 구사할 능력을 갖췄고, 공의 회전율까지 높아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
이제 유예린의 목표는 내년 1월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명의 상비군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는 “내년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려면 상비군에 들어야 한다”면서 “또 이번 달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 단식에서 4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 WTT(월드테이블테니스대회)에선 성인 부문에도 참가해 우승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신창윤기자 shincy2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