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환경, 불가결 자질된 창의력
성숙기 맞은 지금, 새로운 혁신 필요
틀 깨는 창의적 해법 없이 불가능
후천적 노력으로 얼마든 계발 가능
모든 상식에 의문품는 2025년 되길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https://wimg.kyeongin.com/news/cms/2024/12/04/news-p.v1.20241204.9d9b51879be745ec8156d84681e7b49e_P3.webp)
“CEO의 가장 중요한 리더십 자질이라면?” 뭐라고 답했는가? IBM이 전 세계 60개국, 33개 산업군에 종사하는 1천541명의 리더를 대상으로 한 연구(2010년)에선 창의적 리더십(creative leadership)이 꼽혔다.
세월이 좀 흐른 조사이나 현재도 크게 다르진 않을 터. 지금처럼 변동성·불확실성·복잡성이 지배하는 글로벌 환경에서 창의력(creativity)은 리더와 구성원에게 불가결한 자질이 됐다.
하나 현실은 어떤가? “창의력이라고, 뭔 철부지 아마추어 같이! 매사에 창의력 운운하지만 실무에 도움이 되긴 해? 그럴 시간에 현장 한 번 가보라고. 요구되는 건 빠르고 정확한 일처리 능력에다 상사와의 소통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예외적으로 기획서 곳곳에 ‘창의력’을 박아 놓는 분식(粉飾) 능력은 필요하지.” 등지고 싶지만 그런 푸념과 불편한 진실이 우리 일상을 맴돈다.
이런 타성적 반응도 다음 상황과 마주하는 순간 딱 멈춘다.
첫째, 내외부 환경 급변(극심한 경기 침체와 원자재·임차료 등 물가 급등으로 인한 불안감). 둘째, 불투명한 미래(글로벌 환경 변화로 기존 방식과 전략이 이젠 통용되지 않을 거란 절박감). 셋째, 현상유지의 두려움(과거 성공에만 취해 있다간 머잖아 종말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
이쯤 되면 경영자는 물론 구성원 모두가 극도의 긴장 모드로 바뀐다. 따지고 보면 기업에게 위기 아닌 시절이 있었나.
하나 이번만큼은 상황이 예사롭지 않아 뵌다.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경영자는 무거운 입을 뗀다. “디자인과 성능이 경쟁자보다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해야 한다.” 미간의 골이 오늘따라 유난히 깊어 뵌다.
디자인과 성능이 우수한데 가격까지 싸야한다고? 내가 뭘 잘못 들은 건가! 세상 천지에 그런 제품이 어디 있어. 마뜩잖아도 ‘떠나든가 개발하든가’하라는 경영자의 최후통첩이다. 소통 방식이 요즘답지(?) 않지만 생업에 대한 값비싼 시그널일지도.
“너 인생 참 피곤하게 산다! 좀 쉽게 살아. 네가 생각하는 거 안 해도 우리 회사 별일 없어. 그러다 실패하면 어쩌려고? 가늘고 길게 갈 생각해.” 여기에 휘둘려 오늘 아무것도 안 하면, 내일은 갈 곳이 사라진다. 잘하던 걸 더 잘하려고만 말고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를 맞은 지금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간의 조직문화를 보신주의에서 눈 부릅뜬 치열함으로 바꿀 때다. 그 실천에 혁신은 필연적이다.
묻는다. ‘혁신’이 뭘까? 과거 혁신에 몸담은 사람이라면 안다. 혁신은 바로 상충(trade off) 관계를 해소하는 거란 걸. 그러자면 틀을 깨는 창의적 해법 없인 불가하다. 창의력은 혁신의 거름이고, 혁신은 창의력의 결실이다. 이처럼 창의력은 혁신의 향배와 함께 한다.
“창의력 계발 비결은?” 바꿔 다시 묻는다. “성공 비결은?” 작은 성공이라면 자신의 재능과 근면, 성실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군 이들(이병철, 정주영, 게이츠, 잡스, 머스크, 암바니 등)의 배경엔 정형화된 성공 비결 따윈 없다. 때문에 그 비결은 바로 ‘비결이 없다’는 게 진정한 ‘비결’이다. 그러나 창의력 계발엔 비결(공식)이 있다.
‘창의력=지식×동기유발×다양성×동심×기법’. 이런 5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룰 때 창의력은 꽃핀다. 뭣보다 깊고 넓으며 다양한 ‘지식’ 흡수가 먼저다. 맨 땅에 헤딩한다고 깨달음을 얻을 수 없듯 지식 흡수 없이 창의적 발상을 꿈꾸는 건 무모하다.
창의력 천재란 없다. ‘천부적’이라거나 ‘유전적’이란 말과 가장 멀리 있다. 창의력은 그 공식에서 봤듯 후천적 노력과 실천을 통해 얼마든 계발할 수 있다. 하여 창의력을 표출하지 못하는 사람은 있을지언정, 창의력이 잠재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칼럼 마무리는 질문이다. “1년 내내 한 번도 안 만난 친구들이 송년회는 왜 할까?” 창의력 넘치는 대답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상식과 전제에 강한 의문을 품는 2025년이 되길.
/김광희 협성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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