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깊이 파고든 비상계엄 공포

 

“전쟁 상황도 아닌데 뜬금 없어”

“투자 준비중… 금융시장 걱정”

폭설 이어 “연말연시 안타까워”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점포에서 시민들이 실시간 국회 상황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에 대국민담화를 열고 6시간만에 비상계엄령 해제를 선언했다. 2024.1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수원시 권선구의 한 점포에서 시민들이 실시간 국회 상황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새벽에 대국민담화를 열고 6시간만에 비상계엄령 해제를 선언했다. 2024.12.3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상당수 시민들은 불안함 속에서 실시간 변동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사실상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다시피 했다. 지난주 폭설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느닷없이 찾아든 계엄 여파로, 연말연시 분위기를 느낄 겨를도 없이 시민들의 일상 속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인천 연수구 주민 남모(52)씨는 “대통령이라는 한 사람이 국가의 존망과 개인의 안전을 충분히 위협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불안감을 넘어 공포감까지 느꼈다”며 “더 이상 국정 운영을 맡겨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화성시민 이모(32)씨도 “전쟁 상황도 아닌데 뜬금없이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하니 도저히 새벽까지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기업인들은 계엄 여파가 회사 운영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인천 남동국가산단의 한 제조업체 대표 김진홍(40)씨는 “계엄령이 발표됐다는 보도를 본 순간 직원들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고민했다”고 했고 인천의 한 스타트업 대표 안모(38)씨는 “민간 투자사들의 신규 투자를 준비 중인데, 환율이나 금융시장이 좋지 않은 영향을 받으면 투자가 필요한 벤처기업들 입장에서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학교 현장의 우려도 이어지며 근심을 더했다. 인천의 초등학교 교사 김모(46)씨는 “혹시라도 휴교 등 지침이 내려올 수 있어 상황을 지켜봤다”며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학교 행정 문제 등 혼란이 컸을 텐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용인의 한 학부모 주모(42)씨도 “아이들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면서 막연하게 불안해 하는데 딱히 뭐라 설명해 줄 수가 없었다”며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보여주는 자체가 너무나 씁쓸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본회의 의결로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본회의 의결로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한 4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2024.12.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특히 수도권 주민들의 경우 최근 폭설에 이은 계엄 이슈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반복, 극심한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수원에 거주하는 이모(43)씨는 “처음 뉴스 속보를 접하고 믿을 수가 없어 계속 다른 뉴스를 찾아봤다”며 “지난주 폭설에 이어 이번 계엄 모두 내 생활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이라는 생각에 뭔가 안정이 되지 않는다. 따뜻함을 나누는 연말연시에 왜 자꾸 이런 일이 터지는지 참 안타깝다”고 했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