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빙자 대통령 자의적 행동 방지 필요
영장없이 체포 심각… 준비 됐는지 의문
우원식 국회의장은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았다.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고 지적했다.
계엄법 제4조 1항은 대통령이 헌법 제77조에 따른 계엄을 선포했을 때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같은 법 제4조 2항에서도 국회가 폐회 중일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집회를 요구해야 한다며 국회의 통제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통고하지 않은 채 군을 투입했다고 한다면 위법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법학계에서는 이전부터 국회가 계엄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등이 2020년 ‘법학논총 제47집’에 실은 ‘계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선 독일 사례를 든다. 독일은 연방수상 제의에 따라 계엄을 선포하려면 연방참의원 동의를 얻어 연방의회 3분의 2 이상 또는 적어도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동의를 제도화한 것이다.
고문현 교수는 해당 논문에서 “(한국의 경우) 국회에 통고만 하는 것으로 선포 절차가 종료된다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의 통제와 사법부의 통제를 언급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따라서 헌법과 계엄법에서는 단순히 통고만 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보다는 승인을 득해야 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계엄을 빙자한 대통령의 자의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요건을 갖춘 것이 맞는지도 논란이다. 김민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군을 투입할 만큼 위급한 상황에 해당하는지 따져 봐야 하는데, 이 부분의 요건이 안 맞는 것 같다”며 “설령 요건이 돼도 계엄령 선포는 굉장히 조심해야 할 상황인데, 전격적으로 진행했다. 특히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이 가장 심각한 내용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돼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헌법 제64조에서 계엄에 관해 처음으로 규정했다. 건국헌법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고 간단히 규정했다.
이에 따라 1949년 11월24일 법률 제69호로 계엄법이 제정됐다. 앞서 1948년 제주 4·3사건과 정부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여수·순천 반란 사건에 대응하고자 계엄이 선포됐는데, 당시 계엄법이 없었으므로 일본 계엄령을 준용했다. → 표 참조
/박경호·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