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로 벌인 尹의 도박은 무모”
NHK, 국힘서 탄핵 찬성 나올지에 주목
한미 관계 가장 큰 시험대 오를 가능성
주요 외신들은 글로벌 민주주의 국가로 알려진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됐다는 소식을 빠르게 전했다. 3~4일(현지시간) 이틀간 외신이 전한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키워드별로 정리해 봤다.
계엄령과 독재
일부 외신들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한국의 이전 독재정권과 연결 지었다.
영국 BBC는 “1987년 이후에는 군 당국이 시민을 통치하거나 정상적인 시민권을 정지하는 계엄령이 선포된 적이 없다”며 “윤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계엄령은 오랜 독재 시절을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부해온 한국을 충격에 빠트렸다”고 했다.
미국 AP통신은 ‘한국, 그리고 짧았지만 혼란스러웠던(short-lived but chaotic) 계엄령 선언에 대해 알아야 할 내용’이라는 기사를 통해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상황과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을 비교해 설명했다. AP는 “한국은 1980년대 후반에서야 민주주의 국가가 됐으며, 민간에 대한 군의 개입은 여전히 민감한 문제”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 역시 “한국에선 당혹감과 슬픔(bafflement and sadness)이 느껴졌다. 군부독재에 맞서 거리에서 싸운 한국의 노년 세대에게 계엄령은 독재(dictatorship)와 같다”며 “젊은 세대들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이 자국의 평판을 망쳤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립, 그리고 탄핵
이번 사태가 탄핵으로 이어지는 등 윤석열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내다보는 외신도 있었다.
영국 가디언은 ‘권위주의에 대한 향수(nostalgia for authoritarianism)로 벌인 윤석열 대통령의 도박은 무모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주의를 적어도 일부는 지지할 거라 생각했지만, 국회에서 그의 선언을 뒤집는 안건이 만장일치로 통과한 것은 그가 오판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NHK는 “현재 야당 국회의원들의 찬성만으로는 대통령 탄핵이 어렵지만, 여당에서도 대통령의 움직임을 비난하고 있다”며 “여당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들이 나올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아랍권 최대 언론 알자지라는 ‘한국 지도자들의 격동의 역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로 윤 대통령은 사임하거나 탄핵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흔들리는 국제관계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미국이 아닌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개최를 결정할 정도로 한국을 특별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관계가 수십년 만에 가장 큰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NHK는 “그동안 미국, 한국, 일본이 함께 북한의 정세에 대응해 왔는데,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이어지면 윤 대통령의 외교활동에도 제약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사태는 3국 협력체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연·정선아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