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상황 벙어리 됐나” 국민 분노
행안부 “재난·민방공 해당되지 않아”
지자체는 ‘국가 비상’ 발송 권한 없어
불완전한 기준으로 ‘대응·전파’ 혼란
“비상계엄 발령했는데, 결빙 주의 문자만?”
3일 밤과 4일 새벽 사이 비상계엄령이 선포되고 해제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지만, 긴급재난문자는 울리지 않았다.
폭설·폭우·오물풍선 부양 등의 상황에선 잘만 울리던 긴급재난문자가 정작 계엄령 선포라는 국가비상사태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셈이 됐다.
이와 관련한 시민들의 항의와 비판이 쏟아지자, 행정안전부는 4일 “긴급재난문자는 재난 및 민방공 상황 발생 시 인명·재산피해 예방을 위해 발송하고 있다”며 “이번 상황은 이에 해당하지 않아 발송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긴급재난문자는 행안부나 각 지자체가 재난에 관한 예보, 경보, 통지 및 응급조치를 위해 보내는 메시지다.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행안부는 기상특보 관련 자연재난 상황정보, 대규모 사회재난 상황정보, 국가비상사태 관련 상황 정보, 훈련을 포함한 민방공 경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재난문자를 발송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비상계엄령 선포 상황에는 전국 어디에서도 긴급재난문자가 울리지 않아 시민들 사이에서 불안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회식을 하던 중이라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며칠 전에는 폭설에 집 앞의 눈을 치우라는 내용까지 긴급재난문자로 오더니 이번엔 안와서 기준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지자체에서는 국가비상사태에 해당되는 계엄령 상황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할 권한이 없다.
지난 2017년부터 행안부는 긴급재난문자 송출 승인권한을 17개 광역지자체에 부여했고, 경기도는 2019년부터 도내 시군에 승인권한을 이양했는데 국가비상사태 등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사안에는 권한을 주지 않았다.
이 같은 불완전한 기준 때문에 정작 필요한 순간에 재난문자가 가동되지 않아, 대응 요령이나 상황 전파 등이 이뤄지지 않아 국민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