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보여주고 질문·설명 방식 진행

고교 한국사 과목선 ‘슬로건 작성’ 도

전국 역사교사모임 1483명 시국선언

“선생님, 대통령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인천운서초등학교 6학년 한 학급 담임인 강석조(32) 교사는 사회과목 수업 도중 이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지난 4일 ‘우리나라의 정치발전’ 단원과 연계해 ‘계엄령’을 주제로 수업했다. 이날 쏟아진 학생들의 질문 중 하나였다. 강 교사는 “이번 계엄령이 40여년 만에 선포된 것이라는 걸 알고 학생들도 궁금증이 많았던 것 같다”며 “수업 전에 등교해서 계엄령 사태에 대해 물어보는 학생들도 많았다”고 했다.

먼저 TV 뉴스 영상을 보여주고, 질문을 받아 설명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 강 교사는 “계엄령은 행정부가 선포하고, 이를 견제하는 입법부(국회)에서 이를 해제토록 했다는 점에서 3권분립 제도가 작동한 사례”라며 “이번 사태와 연관해 우리나라 3권분립 제도를 자세히 설명했다”고 했다.

학생들은 ‘계엄령을 선포한 이유가 뭔지’, ‘계엄령이 선포되면 학교를 안 와도 되는 건지’ 등을 질문했다. 그는 “교사는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다”며 “발생한 사실과 보도 내용 중심으로 설명했다”고 했다.

같은 날 경기도 한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 수업에선 ‘계엄령 선포 사태에 대해 느끼는 점’을 주제로 슬로건을 작성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학생들도 알고 있다’, ‘독재타도 헌법수호’, ‘군인은 무슨 죄냐’ ‘계엄선포 후 국민들 불안에 떨 동안 대통령은 뭘 했나’ ‘명백한 범죄입니다’ 등이 나왔다.

이 수업을 한 A교사는 “교실에 들어서서 ‘오늘은 어제 일에 대해 수업을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사 수업에서는 주로 현대사를 다룬다. 독재와 민주주의 역사를 비중 있게 가르치는 중인데 계엄령 선포 사태가 발생했다”며 “학생들이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학생 질문에 충분히 답해야 한다고 판단해 수업을 진행했다”고 했다.

그는 과거 계엄령이 선포됐던 사례, 과거와 달리 이번에 계엄령이 선포된 뒤 6시간 만에 무효가 된 과정과 배경 등에 대해 수업했다. A교사는 “많은 교사들이 수업 자료를 서로 공유하면서 학사 일정 등을 고려해 계엄령 관련 수업을 하고 있다”며 “기말고사가 끝나면 더 많은 교사들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수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5일 ‘전국역사교사모임’ 1천483명이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학생들은 이번 시국을 겪으며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제자들이 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